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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보고서/지역 방송 평가단

[새전북신문기고-김환표] 지자체와 지역신문에게 호소한다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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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자체 대언론 홍보예산을 문제 삼는 것은 지자체 홍보예산이 지역신문의 난립구조를 유지시키는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공론장 기능을 상실한 채 난립하고 있는 지역 신문의 대안을 모색하고 지역 신문을 개혁하기 위해서 지자체의 대언론 홍보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되는 것은 한 치도 뒤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일이다. …지자체는 독자 없는 신문 시장의 주범이 바로 지자체 홍보 예산이라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현 상황을 개선시키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지난 해 전북민언련이 전라북도를 비롯해 각 시군 지자체에 전달한 <2008년 지자체 대언론 홍보예산 편성에 관한 의견서>의 고갱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대언론 홍보예산 편성 과정에서 과거 발생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홍보예산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던 이 의견서에 반응을 보인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큰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벽을 향해 외치는 것 같아 허탈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새해 벽두부터 지자체 홍보예산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지난 해 세밑, 대다수 지역신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한 가지 현상 때문이다. 지역신문이 경쟁하듯 내보낸 정해년 '지자체 결산' 기사다. 물론 2007년을 결산하는 기사는 지자체 행정의 잘못된 점과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성찰해 새해에는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놓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지만, 성찰과 반성만큼은 흘러 넘치도록 하는 게 부족함보다 낫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내용의 천편일률성이었다. 신문 제호를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면 대체 어느 신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자체 행정을 결산한 기사는 쌍생아처럼 비슷했다. 글을 쓰는 기자의 개성이나 스타일이 있고, 신문사마다 무게를 두어 비중있게 분석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과문한 탓인지 그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결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자체 행정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검증한 내용은 없고 오히려 지자체 행정을 일방적으로 홍보해주는 이른바 '용비어찬가'식 내용만 지면에 가득했다. 심지어 '기사형광고'로 규정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내용도 있었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바로 아무런 기준 없이 이른바 '나눠주기'식으로 지역신문에게 골고루 집행되고 있는 지자체 홍보예산 때문이다. 지역신문에 집행되는 지자체 홍보예산은 지자체 관련 기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다. 지자체 결산 기사를 내보냈던 지역신문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기사가 게재된 전후로 해당 지자체의 광고가 게재되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지자체는 지역신문의 최대 광고주지만 이번 경우처럼 지자체 행정에 대한 특집 기사가 나갈 경우에는 그 기사와 며칠간의 여유를 두고 지자체 광고가 빠지지 않고 게재되고 있는 것이다. 단체장 취임 기념일이나 지자체의 축제나 행사 등이 비중있게 다뤄질 때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이런 기사들은 '대가성 기사'라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기준 없이 집행되는 지자체의 대언론 홍보예산은 지자체와 지역신문에겐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다. 지자체는 홍보예산을 무기로 지역신문의 비판을 차단할 수 있고, 지역신문은 생존을 위한 물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동안 지속적인 문제가 제기되어 왔듯이, 무분별하게 집행되는 지자체의 홍보예산은 지역을 망치는 주범이다.

지역 발전은 지역 신문의 난립 구조를 청산해 지역 신문 시장을 정상화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지자체 홍보예산 집행의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지자체와 언론의 유착 관계를 낳고 있는 대가성 기사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지역 신문의 개혁과 지역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 제발 뜻있는 지역신문과 지자체가 스스로 나서 현재의 부적절한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한다.

/김환표(전북민언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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