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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보고서/지역 방송 평가단

[김환표 칼럼] 지역신문이여,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맞서라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9.

지역신문이여,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맞서라

2008.04.04

얼마 전 있었던 토론회에서 들은 이야기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 기자의 증언에 따르면, 십 수년 된 지역 신문의 베테랑 기자가 경품을 받고 ‘조중동(조선-중앙-동아)’ 가운데 한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년 구독을 조건으로 제공된 경품은 현금 5만원과 6개월 무료 서비스였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토론회에 참석한 기자가 신문고시 위반으로 신고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단다. 그러자 그 베테랑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미쳤냐?”

현직 지역신문 기자가 경품에 눈이 멀어 지역 신문을 죽이는 주범 가운데 하나인 메이저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니, 그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잃었다. 충격을 받았다기보다는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어이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내 목에 칼까지는 아니더라도 위험한 무기를 들이대고 있는 ‘적’이 내미는 경품에 눈이 멀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지역신문 기자가 이럴진대, 일반 독자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참 씁쓸할 따름이다.

신문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는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기한 것은 조중동의 그런 만행에 대해 지역신문사가 문제를 제기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전북 지역에서 지역 신문사가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혹 있다면 좀 알려주시길.)

조중동의 지역신문 시장 잠식에 관심이 없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조중동의 위세 때문에 뜻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서 그러는 것인지, 자세한 내막이야 알 길이 없다. 다만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이대로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는 점에는 흔쾌히 동의하시리라 믿고 말씀드린다. 지역신문이여, 제발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맞서라.

개별 신문사 차원에서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뜻이 있는 지역신문사가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응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바로잡는 일에서만은 제발 지역신문이 경쟁의식을 버리고 ‘동업자의식’을 발휘해 달라는 말이다. 뜻은 있지만 두려워서 시도해 볼 용기가 나지 않는가? 만약 의지가 있다면 경남 지역의 사례에서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2002년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경남일보 등 3개 신문 노조위원장이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에 공동대응하기로 결의했다. 김주완에 따르면, “이들은 1) 경품 제공이나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례가 발견되는 즉시 3사가 공동으로 기사화하고, 2) 신문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신문고시 위반사례를 취합하고 증거 확보에 힘쓰며 수집된 사례는 신문협회 등에 적극적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런 대응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윗이 골리앗에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물론 경남 지역과 우리 지역의 상황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지역 신문사 노조의 유무(有無)다. 두루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 지역에 노조가 존재하는 신문사는 한 개 뿐이다. 따라서 경남 지역처럼 지역 신문사 노조가 공동으로 일을 추진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던가? 노조가 공동대응한다면 일을 수월하게 할 수야 있겠지만, 노조의 유무가 일의 성패를 좌우할만큼의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신문사와 지역신문기자의 의지다. 뜻과 의지만 있다면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예컨대, 기자협회 소속사 기자들끼리 조중동의 불법거래행위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만큼은 지역신문들이 자사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통 큰 단결’을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김환표 전북민언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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