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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보고서/지역 방송 평가단

[김환표의 지역 미디어 이야기] 지역신문이여, 사고를 치자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9.

지역신문이여, 사고를 치자

2008.04.18

“나는 지역신문을 안 읽어. 그게 그거 아니야”
전북지역 경제사회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가 마치 자랑이나 되는 것처럼 했던 말이라고 한다. 새전북신문은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신문으로서의 품격을 갖추기 못한 수준 낮은 지역신문들이 난립하다보니 ‘신문다운 신문’과 ‘신문같지 않은 신문’을 도민들이 구분하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이지만, 이 기막힌 현실을 고쳐나가야 할 지도자의 한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말해서야 이 지역이 어찌 제대로 되겠습니까?”라며 일갈(一喝)하고 나섰다.  

처음 이 발언을 접했을 때 혀를 끌끌 찼다. 이른바 지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람이 지역신문을 읽지 않는 것을 마치 훈장이라도 탄 것처럼 자랑하듯 말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의 시선이 “그게 그거 아니야”보다는 “나는 지역신문을 안 읽어”에 꽂혔기 때문이리라.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게 그거 아니야”에도 눈길이 간다. “그게 그거 아니야”라는 경제사회단체의 대표의 발언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두루 알려져 있다시피, 현재 우리 지역에는 12개의 지역신문이 존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신문의 숫자가 아니다. 신문의 색깔이다. 신문별로 개성과 특성만 있다면 신문의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니, 여론 다양성 확보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개성과 특성을 가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지역 신문이 있는가? 그 동안 수차례 지적했지만, 신문제호를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역신문의 차별성을 발견할 수 없다. 거칠게 말해, 다른 게 있다면 제호뿐이다. ‘지역신문, 그게 그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차별성 부족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지역 신문이 너무 심심하고 밋밋하다는 점이다. 지역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지역신문을 보지 않는지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지역 신문은 볼거리가 없다.” 이런 주장을 접할 때마다 지역신문에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역정보들이 적지 않게 실린다며 볼거리가 없다는 주장은 지역 신문에 대한 편견일 수 있다고 나름 옹호하지만, 지역신문에 읽을 거리가 부족하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현재 전북지역 일간지의 한 달 구독료는 8천원에서 1만원이다. 라면 값 100원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평범한 소시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게다가 곳곳에 볼거리,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월 1만원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지역주민의 호주머니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신문 구독에 대한 댓가를 제공하지 않는 채 백날 지역 신문 구독하자고 이야기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이다. 그럼에도 지역신문은 독자 확보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 지역신문 스스로 독자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할 테지만, 기껏 한다는 게 애향심에 호소하는 정도다. 현상유지만 해도 좋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몇몇 신문이 차별화와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지역주민의 관심을 끌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지역신문이 그 동안의 ‘안전빵 전략’을 수정하고 사고를 쳤으면 좋겠다. 사고를 치라는 게 꼭 문제거리를 만들라는 게 아니다.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을 만들기 위해 시도해 보라는 말이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하늘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지역 주민의 입에서 “그 신문은 확실하게 달라”라는 말이 나오는 신문을 보고 싶다.

/ 김환표 전북민언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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