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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동아일보 대법원 판결 계기 삼아 ‘정상언론’으로 변화하라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5.

대법원 판결 계기 삼아 ‘정상언론’으로 변화하라



2월 14일 대법원은 지난 2001년 3월6일부터 4월27일까지 한겨레가 기획보도한 ‘심층해부 언론권력’ 시리즈를 두고 동아일보가 ‘허위왜곡보도’에 따른 ‘명예훼손’이라며 한겨레신문사를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인 동아일보의 청구를 기각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햇수로 8년을 끌어 온 한겨레 ‘언론권력 시리즈’ 관련 소송 절차는 마무리되었고, 이와 함께 당시 한겨레가 지적했던 족벌신문 동아일보․조선일보의 친일행적과 독재권력과의 유착, 불법․탈법․편법 등 부도덕한 방법으로 점철된 경영행태 등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우리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당연한 결과로 평가하며, 이를 계기로 족벌신문들이 스스로를 반성하고 거듭나길 촉구한다.

2001년 당시 한겨레의 ‘언론권력 시리즈’는 족벌신문들의 ‘무한권력 횡포’와 ‘추악한 과거’, 그리고 이를 극복할 ‘언론개혁 해법’ 등을 25차례에 걸쳐 모두 70건의 기사에서 보도한 획기적인 기획물이었다. 특히 그 동안 풍문으로 떠돌던 족벌신문의 추악한 과거와 부정한 행태들을 낱낱이 폭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성역을 깨는’ 충격을 준 것은 물론 사료(史料)로서의 가치까지 부여할 만큼 의미 있는 보도였다.

동아일보가 국민성금으로 설립한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관련 비리 의혹, 동아일보 사옥을 비켜 간 지하철 노선 의혹, 조선일보 사주일가의 편법 상속 의혹, 조선일보 사옥에 대한 특혜 의혹, ‘밤의 대통령’에 걸맞는 조선일보 사주의 저택 등 족벌신문들의 권력 횡포가 이 시리즈를 통해 폭로되었다.

‘낯 뜨겁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비굴한 찬양으로 점철된 조선․동아일보의 일왕 생일(천장절) 축하문 등 친일행적, 권력에 아부하며 자유언론운동을 탄압했던 추악한 권언유착 실태, 광주시민 학살자에 대한 찬가 등 족벌신문의 과거 또한 이 시리즈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됐다.

당시 시대적 과제로 대두된 ‘언론개혁’ 움직임과 맞물려 한겨레의 이 시리즈는 독자들과 시민사회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지만, 정작 자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까지 해야 할 존재였던 조선과 동아는 어처구니없게도 각각 70억원, 1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것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이후 진행된 재판과정에서 1심 재판부는 조선․동아의 주장을 대부분 기각하고 몇 가지 사례에 대해서만 ‘명예훼손’을 인정했지만, 2심 항소심에서는 한겨레의 보도에 대해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이마저도 모두 기각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한겨레의 보도·만평은 국내 중요 언론사의 과거를 재조명함으로써 비대화되는 언론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권-언 유착과 친일 행적을 다루고 있어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이미 2심 재판 진행 과정에서 소를 취하한 조선일보와는 달리 동아일보는 2심 재판 결과마저도 인정하지 않고 상소를 제기했고, 결국 대법원까지 나서 동아일보의 주장이 근거없음을 밝히고서야 7년여에 걸친 재판이 마무리되었다.

재판과정에서 동아일보가 보인 왜곡된 보도행태도 다시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심 재판이 끝나고 난 뒤, 재판부가 ‘언론권력 시리즈’와는 관계없는 만평과 사설에 대해서만 한겨레의 배상 책임을 물었음에도 동아는 “한겨레, 동아·조선 관련 허위보도”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사와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및 재단법인 인촌기념회가 ‘허위사실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한겨레신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겨레신문사는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22일 판결했다”며 법원이 한겨레의 ‘언론권력 시리즈’ 자체에 대해 ‘허위보도’ 판결을 내린 것처럼 왜곡보도했다. 심지어 이 기사의 초판 제목은 <“한겨레 언론권력 시리즈는 명예훼손”>이었다. 1심 재판 결과를 자기들 입맛대로 왜곡해 보도했던 동아는 2심에서 패한 뒤에는 재판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동아일보를 포함한 족벌신문들이 스스로의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언론 본연의 모습을 찾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사실 이것이 부질없는 기대라는 점도 잘 안다.

조선일보의 방우영 명예회장은 얼마 전 펴낸 자서전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에서 권력자들과 요정을 드나들던 뒷이야기는 주절주절 쓰면서도 조선일보의 추악한 과거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반성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직 대통령과 차기대통령까지 ‘출석’한 자서전 출판기념회는 조선일보와 방씨 일가가 살아있는 절대권력임을 확인시켜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어떤가. 대선 기간부터 언론의 정도를 완전히 일탈한 모습을 보이더니, 인수위 출범 이후부터 최근에는 이명박 당선자 측과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조선일보를 위협할 정도의 권력기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1년 한겨레의 ‘언론권력 시리즈’가 등장할 무렵은 우리 사회 전반이 언론개혁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아직 언론개혁은 너무나 요원한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후퇴했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대법원은 한겨레의 ‘언론권력 시리즈’에 대해 “보도의 전체적인 취지가 왜곡됐다고 볼 수 없고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음을 근거로 한 원심의 판단은 모두 정당하다”고 밝히고, “특히 언론사가 비판자로서 자유를 누리는 만큼 언론사에 대한 비판의 범위도 넓어야 한다”고 판결문에 제시했다. 족벌신문들의 추악한 과거와 횡포를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다시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2의 언론개혁’이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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