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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조중동의 마은혁 판사 ‘마녀사냥’ 보도에 대한 논평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조중동, 권력에 취해 사법부도 우습게 보이나




조중동이 또 ‘판사 마녀사냥’에 나섰다.

이번 대상은 서울남부지법의 마은혁 판사다. 조중동이 제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고  판사를 인신공격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마은혁 판사를 향한 조중동의 마녀사냥 행태는 어느 때보다 극악하다. 뿐만 아니라 판결에 대한 불만을 넘어 판사의 과거 이력을 뒤져 “성향”과 “이념”을 문제 삼고, 이를 ‘우리법연구회’ 판사들로 확장시키는가 하면, 판사 임용 과정에서 사실상의 ‘사상검증’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의제를 왜곡・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의제 왜곡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조선일보는 어떻게 ‘마녀사냥’을 주도했나




조중동이 마은혁 판사의 판결을 첫 보도한 것은 지난 7일.

앞서 5일 마은혁 판사는 언론악법 강행처리에 반대해 국회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혐의로 약식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 12명을 모두 공소기각 했다. 마 판사는 민주당원들이 함께 농성을 했는데도 검찰이 민노당 관계자만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조중동은 마 판사의 판결을 7일 기사로 실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중앙・동아일보는 그저 판결 내용에 불만을 드러낸 정도였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에 <국회 폭력, 검찰도 법원도 처벌 안 해>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국회 폭력에 대한 처벌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기사는 “이번 판결로 민주당은 물론 민노당 보좌진 모두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며 “검찰은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민주당 측에, 법원은 처벌 필요성보다 법적 형평성에 무게를 둠으로써 민노당 측에 각각 ‘면죄부’를 주게 된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8면 <타임 표지 났던 국회 폭력 또 ‘솜방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도 같은 요지의 주장을 폈다. 즉, 중앙일보는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강행처리를 물리적으로 막은 야당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엄벌’하지 않았다는 게 기사의 핵심이었다.

동아일보도 10면에 <법원 “민노당 인사만 기소한건 차별” 검찰 “관련 전과있는 12명 기소한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으나, “법원과 검찰의 갈등기류”라는 측면에서 다뤘을 뿐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달랐다.

조선일보는 8면 기사 <‘황당한’ 공소기각 판결>에서 “법원 내에선 이번 판결이 노동사건들에 ‘온정적’ 입장을 보여 온 마 판사의 개인적 성향과도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면서 그가 “법원 내 이른바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의 멤버”라고 마 판사의 “성향”을 시비걸고 나왔다.

이어 마 판사가 “지난 1월 공무원의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한 혐의로 기소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손영태 위원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고, 지난해 도로점거 시위를 벌인 코스콤 노조원에게도 벌금형 선고 유예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때부터 마 판사의 판결이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된 양 몰아붙인 것이다.




조선일보는 9일에도 마 판사의 “성향”을 문제 삼는 사설을 썼다.

사설의 제목은 <편향적 돌출 판결이 사법 신뢰와 안정 흔든다>였다. 제목에서부터 “편향” 운운하며 마 판사의 성향을 시비걸었다. 사설은 “검찰이 피의자들 혐의의 경중에 따라 기소여부를 결정한 것을 놓고 공소권 남용이라면서 혐의가 뚜렷한 피의자의 공소를 기각한 데 대해 법원 내에서조차 무리한 판결이라는 지적”이라면서 “담당판사는 법원 내 특정 성향 사조직인 우리법 연구회 소속”이라고 또 다시 마 판사의 “성향”을 언급하며 우리법연구회까지 엮었다.

그러면서 “판사가 한쪽 편에 선 독단적 선입관으로 판례를 거스르고 다른 판사들과 정반대 판결을 내리는 이번 같은 편향적인 돌출 판결이 쌓이면 사법 신뢰는 물론 법적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폈다. 마 판사의 판결이 “한 쪽 편에선 독단적 선입관” 때문이라고 기정사실로 만든 것이다.




‘마녀사냥’에 합세한 <동아><중앙>, 뒤질세라 이념공세




다음날 10일 조선일보는 마 판사의 “성향”을 문제삼는 새로운 사건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동아일보도 합세했다.

마 판사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소장으로 있는 민간연구소의 후원행사에 참여한 사실을 알아내 ‘노회찬 후원회에 후원금을 냈다’고 대서특필한 것이다.




이어 11일 조중동은 일제히 마 판사를 맹비난하는 사설을 실었다. 뒤늦게 마녀사냥에 뛰어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마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조선일보에 뒤질세라 ‘이념공세’를 폈다.

동아일보는 사설 <마은혁 판사 보면서 사법부 신뢰할 수 있겠나>에서 “마 판사의 처신이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 논란을 일으킨 그의 판결이 개인적인 정치 성향과 무관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라며 “마 판사의 판결은 노 전 의원 후원 모임에 다녀온 뒤 6일 만에 나온 것”, “대학시절 노동운동을 할 때부터 노 전 의원과 알고 지냈다”, “두 사람의 관계나 마 판사의 정치 성향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면 문제”라며 마 판사의 판결을 ‘정치 성향’에 따른 것으로 몰았다. 나아가 “마 판사의 정치 성향이 이번 공소 기각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면 이는 재판을 통한 정치활동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막말까지 쏟아냈다.

또 “가뜩이나 마 판사가 소속됐다는 우리법연구회 판사들의 ‘사법의 정치화’ 조짐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우려를 키우고 있다”면서 우리법연구회 판사들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더니 “대법원은 국민 불신이 더 커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법관의 판결에 이념 개입을 우려한다>에서 “검찰이 벌금 70만원에 약식 기소한 현행범들을 본인이 정식 재판에 직권 회부하고, 심리 중인 상황에서 같은 당 출신의 정치인을 만나고, 이후 곧바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면 누구라도 의혹을 품지 않겠는가”라며 마 판사가 ‘정치 판결’을 내린 것처럼 몰아붙였다.

이어 마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회원이라며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판결이 ‘이념적 편향’에 따른 것인 양 주장했다. 사설은 “이 연구회 회원들은 몇 차례 사법파동을 사실상 주도했고, 올 초에도 촛불시위 재판과 관련해 신영철 대법관 사퇴를 노린 집단행동에도 일부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래서 사법적 판단에 혹시라도 정치적 편향성이나 이념적 경향성이 개입됐을 것으로 의혹을 살 여지가 없는지 우려하는 것”이라고 우리법연구회를 싸잡아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어느 정치인 후원회에 참석한 어느 판사의 모습>에서 “판사의 양심이 이념적 색채에 물든 것으로 비친다면 그 판사가 내린 판결에 승복할 사람은 없다”, “좌파 성향 판사는 좌파 정치인 후원회에 참석하고 우파 성향 판사는 우파 정치인 후원회에 참석한다면 그런 법원과 판결을 어느 국민이 중립적이라고 믿어주겠는가” 등등의 주장을 펴며 마 판사가 이념에 따른 판결을 한 듯 몰았다.




한목소리 된 조중동…판사 ‘과거’ 캐며 색깔공세, ‘사상검증’ 요구하기도




12일부터 조중동은 본격적으로 마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12일 <사회주의 혁명조직 핵심멤버였다>(12면)에서 마 판사가 “1987년 결성된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인 ‘인천지역 민주노동자 연맹(인민노련)’의 핵심 멤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대단한 사실이라도 캐낸 듯 호들갑을 떨었다.

13일에는 사설 <판사 임용에 원천적 문제 있다>를 싣고 “마 판사의 이러한 판결이 과거 좌파 운동권 경력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의문에 제기되고 있다”며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후원회에 참석해 후원금을 냈다”, “인민노련 결성에 핵심멤버로 참여”, “잡지와 대학교지에 마르크스주의를 선전하는 글도 썼다”는 등 인신공격과 색깔공세를 폈다.

또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활동을 한 경력이 있고, 그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면 임용 심사에서 걸러져야 한다”, “10년에 한 번씩 있는 판사 재임명 제도를 적극 활용해 부적격 판사는 솎아낼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판사들의 ‘사상검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12일 1면에 <법, 이념 앞에서 길을 잃다>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싣고, “판사들의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면서 재판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어진 3면 <최후의 갈등 조정자 되레 갈등 더 키우나>에서는 “정치적․이념적 사건을 균형감 있게 다룰 수 있는 재판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법원은 김영삼 정부 첫해인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법시헙 합격자도 판사로 임용하기 시작했다”고 판사 임용 자격을 들고 나왔다.




한편 조중동이 불러일으킨 마녀사냥에 늘 그렇듯 한나라당도 끼어들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13일 <“카르텔로 뭉친 이념 판사들” “색깔 공세” 공방>(6면)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조중동의 색깔공세를 앵무새처럼 반복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과 이에 대한 진보신당의 반박을 전하며, ‘마 판사가 소속된 우리법연구회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고 왜곡된 의제를 더욱 확산시키려 했다.

또 조선일보는 “비단 마 판사의 판결이 아니더라도, 우리법연구회의 일부 판사들은 그간 기존 판례와는 배치되는 ‘튀는 판결’ 들로 여러 번 파장을 일으켰다”며 2004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3명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한 이정렬 판사 등을 언급한 뒤 이들이 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개입 파문 때 법원게시판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우리법 연구회 초대회장인 박시환 대법관은 2008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두율 씨에 대한 판결에서 ‘국보법은 마땅히 폐지돼야 하며 법원으로서는 국보법에 대해 위헌제청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라고 밝혀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거듭 우리법 연구회의 “성향”을 문제 삼았다.




판사 ‘마녀사냥’, MB정권에 굴복하라는 것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조중동이 마은혁 판사를 향해 퍼붓는 인신공격은 정상적인 비판이 아니다. 과거 노동운동의 경력이 있다는 사실, 진보정당 대표와 관련된 연구소 후원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판사의 판결을 “이념”과 “성향”에 따른 판결로 몰아붙일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따지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에 몸담고 있는 ‘좌경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행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마 판사가 ‘우리법 연구회’ 소속이라는 점을 트집잡아 ‘우리법 연구회’를 흔들고 매도하는 것도 억지다. 조중동은 ‘우리법 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이념”에 사로잡혀 사법부에서 ‘말썽’이라도 일으키는 집단처럼 몰았지만 얼토당토 않는 주장이다. 일례로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을 비판한 판사들이 모두 ‘우리법 연구회’ 소속이 아닐뿐더러 신 대법관이 징계받고 사퇴할 일을 두고 판사들을 비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조중동의 비정상적인 ‘판사 마녀사냥’이야말로 수구이념과 ‘친MB’적 성향에 따른 반언론적 행태다. 아직 사법부가 이명박 정권에 의해 완전히 장악되지 않았다고 보고, ‘마녀사냥’으로 판사들을 겁박해 정권과 기득권 세력에 굴복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권 들어 검찰, 경찰을 비롯해 온 국가기관이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다. 그나마 사법부의 일선 판사들 가운데 일부가 전향적인 판결로 ‘사법부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조중동과 수구기득권 세력들에게는 이런 판사들이 ‘눈엣가시’일 것이다. 조중동의 마은혁 판사 마녀사냥은 일선 판사들에게 확실하게 ‘본 때’를 보여줌으로써 사법부 전체를 정권에 예속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조중동의 사법부 겁박은 법조인들에게 조중동, 특히 조선일보의 추악한 본질을 드러내줄 뿐이다. 나아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온 일선 판사들에게 ‘의기(義氣)’를 불어넣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조중동의 패악이 극성을 부릴수록 분노와 저항도 더 거세진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세상이 조중동의 뜻대로만 돌아가지는 않는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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