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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 춤 사건’, 세무조사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 춤 사건’, 세무조사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보수 신문들이 연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이른바 ‘개성공단 춤 사건’을 부각하며 김 의장의 포용정책 옹호 주장을 비난하고 있다. 또한 국세청의 정기법인세 조사와 관련하여 조선일보가 언론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살펴본다.

1. 우선 김근태 의장의 소위 ‘개성공단 춤 사건’에 대해 ..

  - 지난 20일 김근태 의장은 개성공단 2돌을 맞아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를 ‘친북행위’로 폄훼하며 방북을 비난하기도 했으나,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그가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김 의장은 20일 개성공단 기념식 축사에서도 “북쪽은 남북 비핵화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처, 즉 2차 핵실험을 해서는 안된다”며 북측의 추가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이날 행사 중 연회에서 김 의장이 북측 접대원들의 권유에 못 이겨 무대에 올라 30여초 가량 춤을 춘 것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김 의장의 방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봐왔던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신문들은 ‘호재’라도 잡은 듯 김 의장이 “춤판”을 벌였다며 대대적으로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까지 이런 비난 분위기에 편승함으로써 당내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김 의장의 ‘춤’이 북한 핵실험 이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부적절하고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의장의 춤을 두고, 개성공단 방문의 근본 취지를 흐리고 색깔론까지 동원해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2. 역시 가장 강한 비판태도를 보인 건 조선일보 --

  - 김 의장 비난에 가장 앞장선 신문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1면에 사진까지 싣는 등 가장 선정적인 보도행태를 보였으며, 열린우리당 당내 갈등을 부각하고 색깔론까지 들먹였다.
  조선일보는 21일 1면 중앙에 <북한 가서 춤추는 열린우리당 의장>이라는 제목으로 김 의장이 북한 접대원의 손을 잡고 흔드는 사진을 실었다.
이날 사설 <김근태 의장이 개성에 가 춤을 춘 이유>에서 조선일보는 김 의장이 작정하고 ‘춤’을 추러 개성에 간 것인 양 몰아세웠다. 사설은 “김 의장은 도대체 지금 이 순간 무엇이 그리 흥겹기에 북한 땅에서 북한 사람들과 덩실덩실 춤을 출 생각이 들었는가”, “김정일 정권이 마침내 핵을 만들어 남을 협박하며 체제를 연명하게 된 것이 대견하고 뿌듯해서인가”라고 색깔론을 동원해 감정적이고 유치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자신의 지금 지지율로는 대선 후보가 될 길이 막막해서 김 의장은 나라가 두 쪽 나도 햇볕은 지켜야 된다는 ‘햇볕신도’ 10% 내외를 보태 대선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것인가”라며 김 의장의 최근 행보를 ‘대선용’으로 평가절하 했다.

이어 5면 <당직자들 “지금 춤출 상황이냐”>라는 제목으로 김 의장이 춤을 추자 당직자들이 “지금이 춤출 상황이냐”,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며 김 의장의 행동에 대해 당직자들까지도 비난했음을 부각했다.
같은 면 박스기사 <“반대 뚫고 가더니…결국 사고 터져”>에서는 “한 초선의원”, “수도권의 한 의원” 등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여당 취재원을 등장시켜 ‘김 의장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23일에도 조선일보는 <여당까지 뒤흔든 ‘김근태의 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선 갈등 양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며 여권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나섰다.

3. 다른 신문들의 보도는 어떠하였나

  - 김 의장이 개성으로 가기 전부터 당내 갈등을 부각했던 동아일보도 색깔론을 동원해 김 의장을 비난했다.
  동아는 20일 <“너무 앞서 나갔나…”>에서 김 의장이 대북제재 반대, 금강산 관광 계속 등을 주장하는 데 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겉으로 보면 김 의장이 여권의 분위기를 선도하는 것으로 비치는 점도 있다”, “김 의장의 앞선 발언들은 결국 실제적인 효과도 얻지 못하고 정부의 행보만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여권 내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21일에는 사진과 함께 <개성서 춤춘 김근태>라는 제목으로 “북측 종업원의 권유였다고는 하지만 집권 여당의 대표가 핵실험으로 위기상황을 초래한 당사자인 북한을 찾아 춤까지 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김 의장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며 일부에서는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이날 사설 <개성 간 김근태 의장의 ‘섈 위 댄스’>에서 동아일보는 “같은 날…평양시 군민대회가 열렸으니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강성대국’의 핵실험을 자축하고 남북의 ‘민족끼리’를 연출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었거나 동조해 준 모양새가 돼버렸다”고 색깔론을 펴면서 비난했다.
이어 김 의장의 포용정책 옹호 주장에 대해서는 “유엔 대북제재의 힘을 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 시기에 그런 말을 한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3일 12면 <“국민 보기에 어처구니없는 일”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론 대두>에서는 “열리우리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책임론까지 제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의 김 의장 사퇴주장을 부각했다.

반면, 중앙·한겨레·경향 등은 김 의장 개성공단 방북 행적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1일 8면 <김근태 의장 개성 방문 계속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박스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조선·동아일보와 달리 김 의장의 개성공단 방북 내용을 주로 다뤘으나, 김 의장의 행보를 논란으로 접근하면서 “DJ의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정치적 승계자’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는 당내 관측을 언급해 ‘대선 정략’으로 평가했다. 김 의장의 ‘춤 사건’에 대해서는 <김 의장, 북 접대원 요청에 춤도>라는 제목으로 작은 박스기사를 실었다.
23일 6면 기사 <당내 일각에선 “책임지고 의장직 사퇴를”/ 동행 의원들은 “본말 전도된 단순 해프닝”>은 김 의장의 개성 춤 사건을 두고 열린우리당 내 찬반 여론과 한나라당의 비판을 함께 실어 ‘논란’으로 다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개성공단을 찾아간 김 의장의 방북 취지와 그 활동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김 의장이 연회 중에 춤을 춘 것에 대해서도 당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음을 언급했다.
경향신문은 21일 5면 <“개성공단은 평화의 안전장치”>에서 작은 제목으로 <“포기못할 남북사업”…2차 핵실험 경고도> 등으로 달아 김 의장의 방북 의도와 행적에 초점을 맞추고 “핵실험 사태 속에서 여당 지도부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판은 면치 못하게 됐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한겨레신문은 21일 4면 <“평화가 곧 밥…경협중단 없어야”>에서 “금강산, 개성은 유엔 결의안과 연관 없다”, “2차 핵실험 안된다”는 김 의장의 발언 등을 작은 제목으로 달고 개성공단 방문 활동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2돌 기념행사…‘거절못한 춤’ 후폭풍>에서 문제의 ‘춤사건’을 다뤘는데 “김 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식사만 했다. 하지만 북한 가수와 무용수들은 ‘남쪽 손님’들을 그냥 놓아두지 않았다”, “몇 차례 거절했지만 마침내 무대로 올라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겨레는 24일 사설 <‘김근태 춤 사건’ 정쟁거리 못 된다>에서 “김 의장 일행의 오찬장 행동이 신중치 못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무딘 정치적 감각의 결과가 뭔가. 개성공단을 찾아간 본뜻은 사라지고 보수세력에 공격의 빌미만 줬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번 일을 마치 경천동지할 사건이나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도 본질을 외면한 정치공세”라며 “북쪽 식당 관계자들이 관례대로 손님을 환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소동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겨레는 “김 의장이 개성공단을 찾은 것은,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 경협 등 포용정책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함이었다”며 이를 두고 색깔론까지 동원하는 일각의 행태에 대해 “정치 수준만 떨어뜨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선·동아일보는 북 핵실험 직후부터 집요하게 ‘포용정책 폐기’를 주장해왔다. 따라서 이들 신문에게 “포용정책의 유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김근태 의장이 곱게 보일 리 없을 것이다.
또 그의 ‘춤’이 부적절한 행동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 의장의 개성공단 방북에 대해 “춤판”만을 집중 부각하면서 색깔론을 동원한 비난까지 퍼붓는 것은 그의 잘못에 대한 합당한 비판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조선·동아의 도를 넘어선 정치공세는 김 의장의 ‘춤 사건’을 ‘포용정책 흔들기’에 악용하려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국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의 핵우산 제공도 강화되고 있다. 반면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미국 고위관리들의 부정적인 발언까지 불거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위기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과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동아가 김 의장의 ‘춤 사건’을 침소봉대 해 포용정책을 흔드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따져볼 일이다. 한반도의 위기 고조에 앞장서는 것이 결국 ‘제 발등 찍기’라는 것을 이들 신문은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4. 이번에는 언론사 세무조사문제로 넘어가보자. 국세청이 kbs와 조선일보 등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일정을 밝히면서 조선일보가 정권의 언론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실왜곡 등의 문제도 지적되었다.
- 지난 19일 국세청이 정기적 언론사 세무조사를 발표하자 쏟아진 논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방송(KBS), 매일경제와 함께 세무조사 대상이 된 조선일보는 사설(21일자)에서 먼저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세무조사를 난타했다. "김대중 정권이 김정일의 답방을 실현시키려는 수단과 과정의 적법성, 그리고 정치적 목적에 의문을 제기하고 국민적 합의과정이 필요하다"는 대북 정책 비판에 "몇 차례의 협박과 회유"를 해봤지만 "조선일보가 거부하자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어서 노무현 정부에 의한 5년만의 정기세무조사에 대해 "이 정권은 출범 이후 3년8개월 동안 조선일보에 대해 쉼 없이 권력적·법률적·행정적·언어적 폭력을 휘둘러 왔다"하고 "권력이 신문을 탄압할 수는 있었을지언정 신문을 죽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조선일보가 지난 21일자 2면 <"종합지 매출 1위라 뽑았다" 선정 이유 하루만에 뒤집어>에서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가 조선일보를 표적으로 했다며 비판하자 국세청이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5. 정권의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할까?

- 탈세 안했다면 왜 조사 거부하나

조선일보는 방상훈 사장이 지난 6월29일 대법원 최종심에서 공금횡령과 세금 포탈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 원의 확정판결을 선고받고 발행인 자리를 내놓은 사실을 잊은 것 같다.

조선일보는 입이 열 개가 아니라 백 개라 해도 5년만의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죄를 지은 자가 경찰관에게 붙잡히자 "인권탄압"이라고 거리를 향해 외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선일보가 정녕 탈세를 하지 않았다면 5년 전 드러났던 엄청난 탈세를 뉘우치고 사죄하는 뜻에서라도 겸허하게 세무조사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것이 이 나라, 이 사회에서 양심과 양식을 대표해야 될 언론기관의 당연한 자세다.
거액의 탈세 전력(前歷)이 있는 조선일보가 5년만의 정기 세무조사에 대해 대뜸 '언론탄압'의 이름으로 노무현 정부를 매도하는 것은 '도끼로 제 발등 찍기'와도 같다. 미국의 신문들은 인터넷과의 경쟁으로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지만 이 나라의 신문은 압도적 시장과점을 바탕으로 군림하고 있는 권력이다. 탈세라는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고도 큰 소리 치는 모습은 이 나라의 양심과 법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의 도전에 대응하기에 따라 죽는 신문과 살아 남는 신문이 엇갈릴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신문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언론은 양심·양식과 품위를 대표해야 한다. 당연히 탈세를 하지 않는 신문들이 살아 남아야한다고 믿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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