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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개/notice

[연속토론회] Covid19 이후, 일상화되는 불확실성과 위험의 사회, 어떻게 재개념화 할 것인가?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20. 8. 10.

 

 

 

 

디지털환경과 글로벌 팬데믹 현상의 수렴 그리고 인식의 전환

 

- 현상의 가치화 -

 

신뢰 투명성 공유정보는 이제 디지털 사회의 특수한 현상이라기보다는 이미 디지털 존재의 고유한(sui generi) 전제 조건이 되었다. 투명성과 신뢰성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정보공유는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거부할 수 없는 기본적인 환경이다. 이러한 기반이 무너지면 어느 사회도 진정한 디지털 사회로의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신뢰성 투명성 정보의 공유는 이제 현상에서 중요한 가치로 변환 된다. 그런데 2020년 현재 누구도 의도치 않게 이러한 디지털 사회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뉴 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정상 상태의 세계로 불가피하게, 또 한편으로는 불가역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문제들은 바이러스 침공으로 드러난 위기 상황과 더해져 더 깊은 불확실성과 위험의 사회로 이끌고 있다.

이렇게 갑자기 우리에게 닥친 현 상황은 어떤 의미에서 인류가 처한 하나의 거대한 테스트의 장이 되었다. 세계적 현상을 통해 바이러스 대유행이 현재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실제로 하나의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살 수 있는지 가능성에 대한 테스트를 시도하는 중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정책의 경우, 한국을 비롯한 K-방역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혹은 물리적 거리두기를 기반으로 최대한의 검사를 통해 감염자와 비감염자 간의 접촉을 감소시켜 집단 감염을 늦추고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취하는 한편, 같은 유럽 국가에서도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장기적 시각에서 집단면역방역전략을 채택하여 팬데믹에 대응하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방역체제를 실험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이 두 방식이 어떠한 결과를 낳고 있다하더라도 어느 쪽이든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최선의 경우나 최악의 경우 같은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책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디지털 사회의 흐름 속에서도 현실화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여겼던 논쟁 중의 하나인 ‘기본소득’ 실시 여부 역시 ‘긴급재난지원금’이 실제로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관심 수준을 넘어서 코로나 팬데믹 현상을 계기로 적극적인 공론화가 예상된다. 좀 더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미래의 시간을 어떤 현상들은 소위 ‘지나간 미래’로 또 어떤 현상들은 예측이 힘든 미래의 모습을 순식간에 현재로 끌어당기면서 시간의 간극을 좁혀 놓았다. 이렇듯 기준점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팬데믹 이후의 세상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위험 패닉의 사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정 반대로 그동안 익숙해져 잘 느끼지 못했던 원형적 삶이 흥겹게 영위되는 저 어깻죽지에 올라 탈 것인가의 고민이 빠지게 된다.

 

 

- 사회 변혁의 가능성의 장기적인 조건에 대한 연구 -

 

이제 미궁에 빠진 지금의 사회를 이해하고 이를 해명하는 것은 우리가 진행해야 할 연구의 목표다. 물론 목적은 미래를 명확하게 예측하는데 있지는 않다, “개별적인 것을 예언하려 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것을 예언하는 것은 가능하다”

 

혁명의 획기적인 면은 상황의 새로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들이 일어나고 전개되는 엄청난 속도에 있다..아주 짧은 기간에 수천년의 행동과 사건들이 반복되는 것이 우리의 시대사이다” 혁명을 예견했던 사람들조차 시대의 새로운 전개의 엄청난 속도에 압도당했다라고 역사학자 라인하르트 코젤렉은 말한다. 진보로 느껴지건 재앙으로 느껴지건 간에 혁명은 실제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었고, 마찬가지로 새로운 과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미래를 바라보는 태도는 이데올로기적 시각에 그친 것이 아니라 미래와 연관된 다양한 체계의 변화의 원천들에서 솟아나는 새로운 일상적 경험에 상응해야 한다.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사회적 기대와 욕망의 투사를 통해 유토피아적인 것(혹은 그 반대로서 디스토피아적인 것)을 뒤 쫒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의 가능성에 대한 개연성의 플롯을 가다듬는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비판적이고 사적(史的)이며 사회학적인 연구를 진행할 때만 최대한의 개연성을 예언할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미래의 필연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배재하면서 현존하는 관계들이 항상 실제의 관계들과는 다른 것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하는 현실을 조망해야 한다.

 

현 상황의 분석에 이러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언택트 커뮤니케이션, 재택근무, 대규모 온라인교육, 사회적 거리, 자가격리, 방역과 일상의 공존, 기본소득, 긴급재난기금,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등의 표현들의 의미가 보편적으로 구체화되면서 사회변혁을 추동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의 개혁의 울타리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사회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을 갖는 이들 현상에 대한 의미변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재개념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우리가 체험한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의미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미의 형성을 구성하는 것들이 현재로부터 질적인 변화를 이루면서 재구성되는 불가역적인 특성을 탐구하는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번 호남언론학회의 세미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야기된 새로운 위기 사회의 현상들에 대한 재개념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기획 의도를 가지고 준비하고자 한다. 미디어리터러시, 위기 저널리즘, 문화적 파편화와 사회적 분열, 사회적 혐오, 공동체 사회, 공공영역과 사적영역 등 학문 영역에서 특수하게 사용되어 왔던 개념들이 갑자기 일상생활 속에서 빈번하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우리 삶에 더 구체적 현실이 된 영역들을 세 차례에 나누어 논의 하고자 한다. 각 각의 주제들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현재의 경험공간에 대해 사적(史的), 비판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적(prospective) 시점과 비판적인 거리를 수렴하는 입장의 확보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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