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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이명박 정부 100일, 조중동도 실패했다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5.

이명박 정부 100일, 조중동도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100일을 맞았다. 국민들이 내린 ‘이명박 정부 100일’의 평가는 냉혹하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거리시위를 벌이며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달리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원인 분석이 분분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했겠지만,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 인사들의 ‘시대착오적 인식’이 핵심이라고 본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주기 바랐지만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하지만, 그 10년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권위주의 시대의 리더십을 따를 수 없는 성숙한 민주시민이 되었다. 비록 참여정부에 실망하고,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에 ‘도덕성’ 문제에 눈감고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민주주의 후퇴’까지 용인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도덕적 약점을 극복할 만큼 유능함을 보이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출범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 살리기’, ‘실용주의’, ‘효율성’을 내세워 무슨 일이든 밀어붙이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구시대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어려운 제도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해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대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리더가 결정하고 모든 사람이 거기에 따르면 된다는 ‘이명박식 사고’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지금 도덕적이지도, 유능하지도 못하면서 심지어 민주적이지도 못한 정부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시대 인식을 바꾸고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을 바꾸지 않는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내놓는 ‘충고’는 알맹이 없고 무책임하다.

3일 세 신문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이명박 정부 100일에 대한 진단과 충고를 쏟아냈다. ‘광우병 정국’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를 향해 ‘뼈저리게 반성하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해법이 없다. 또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지지하고 후원했던 자신들에 대한 반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정부 질타하는 척, 국민을 겁박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대통령은 엄중한 상황인식 아래 비상한 결단 내려야>에서 “이명박 정권은 취임 100일 만에 지지세력들에게선 따돌림을 받은 채 반대세력에게 쫓기는 고립된 정권이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이견을 달 수 없는 진단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대통령은 무엇이 자신과 정권을 여기까지 밀려오게 한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겸허한 반성 위에서 국정 전환의 담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와 정권을 다시 세우기 위해 정부와 정권 자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던질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등의 원론적인 해법만 내놨다. 지탄의 목소리는 근엄하지만 무엇을 반성하라는 것인지, 어떻게 바꾸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조선일보의 또 다른 사설 <무역 피해 오더라도 쇠고기 재협상 논의하는 수밖에>는 ‘국민의 요구가 잘못된 것이지만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을 폈다. 국민들의 재협상 요구가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는 잘못된 것이지만 대통령이 설득할 리더십이 없는 상황이니 할 수 없다는 식이다.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고집도 꺾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을 향해 ‘일본, 대만과 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면 우리 국민들도 안심할 것이니 그 후에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면 되지 않겠냐’고 설득 아닌 설득을 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정부와 ‘교감’한 해법?

중앙일보 역시 <실패한 100일 인정하고 새 출발 하라>는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 100일을 ‘실패’로 규정했다. 그러나 그 원인과 해법에 있어서는 역시 막연하다. 중앙일보는 “사태의 근인(近因)은 쇠고기지만 원인(遠因)은 정권의 신뢰 상실”이라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이를 믿지 못한 것은 정권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여론수렴은 겸허하고 진지해야 하고, 국정쇄신은 근본적이고 과감해야 하며, 대화는 솔직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한편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30개월 이상 소를 꼭 수입해야 하는지도 원점에서 검토시켜야 한다”, “30개월 이상은 당분간 유예할 수는 없는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는데, 정부와 ‘입을 맞춘 주장’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일부 언론은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의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30개월 이상 수입을 재검토 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가?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단지 30개월 이상 쇠고기만은 아닌 상황에서 국민의 우려를 ‘30개월 이상 쇠고기’로 한정하고 그것만 해결하면 되는 양 몰아가는 것도 말이 안된다.

또 중앙일보는 <촛불시위 그만하면 충분하다>라는 사설에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거리시위가 6월항쟁 기념일을 앞두고 ‘반독재투쟁’으로 더욱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설은 “지난주부터 시위 현장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주장은 점차 줄어들고 정치구호가 많이 들리는 등 집회의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6.10 항쟁은 관계가 없다, 쇠고기 협상을 정권퇴진 등 정치적인 주장과 연결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목소리 높여 이명박 정부를 향해 ‘쇄신하라’고 요구하면서도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들의 요구와 거리가 먼 원론적인 요구나 미봉책이니 이명박 정부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동아일보, 겨우 내놓은 해법이 ‘친박복당’?

동아일보의 사설 <이 대통령, 지지율 22% 앞에서 고뇌해야> 역시 알맹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 사설은 “대통령부터 당-정-청의 책임있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진지한 마음으로 반성문을 써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민심 수습 방안을 낼 때까지는 국민과의 충돌을 피하는 것이 옳다”, “쇠고기 수입 문제도 정녕 다른 해법은 없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에 대해 반성문을 쓰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나마 동아일보가 내놓은 정국 돌파의 구체적인 해법은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인사들의 복당을 조속하게 처리하라’는 정도다.

우리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충고’와 ‘질타’가 이명박 정부에 과연 ‘약’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 이명박 정부가 이 지경이 된 데에 이들 수구보수신문의 책임에 대해서도 한번쯤 자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묻고 싶다.

이명박 정부의 부적절 인사에 대해 얼마나 날카롭게 비판했는가? 경제정책이 성장과 안정 사이에서 널뛰기할 때 어떤 비판을 제기했는가? 이른바 ‘학교자율화조치’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 이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한 적이 있긴 했나? 정부가 대북강경책으로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대미, 대일 굴욕외교로 국민의 자존심을 다치게 할 때 도대체 어떤 보도 태도를 보였던가? ‘쇠고기 파문’이 불거졌을 때 정부를 감싸고 돌아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았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비롯해 정부의 언론통제가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입이라도 벙긋한 적이 있었나?

우리는 수구보수신문들을 향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바라지 않는다면 제대로 보도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금도 이들 신문은 자성도 하지 않고 있고, 이명박 정부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충고도 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조중동은 이명박 정부를 어디까지 몰고 갈 생각인가? 이명박 정부가 이들 신문을 믿고 국정운영을 해 나간다면 지금의 상황과 달라질 것이 무엇인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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