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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 기고 - 김환표] 전주시 프로야구단 창단 여론몰이 앞장서는 전북일보와 전주KBS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9.

원문보기: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498


전주시 프로야구단 창단 여론몰이 앞장서는 전북일보와 전주KBS
[지역언론 바로 틀기]현실가능성엔 침묵한 채 당위성만 전파
2011 년 05 월 09 일 월15:16:14 김환표 / 전북민언련 사무국장

창원시가 프로야구 제 9구단 창단 유치에 성공한 가운데 전주시가 프로야구단 창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4월 11일 열린 민생경제 조정회의에서 한국야구협회(KBO)에서 프로야구 구단을 향후 12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고 시민들의 구단 창단에 대한 여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프로야구단 창단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쌍방울 레이더스가 해체된 지 약 10여년 만에 다시 전북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단 창단이 논의되면서 지역 사회의 적잖은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전북일보와 전주KBS는 전주시의 프로야구단 창단 방침에 외곽지원을 하고 나섰다. 전북일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전북일보는 3월 18일자 1면 <프로야구 제10구단 지역 안배 필요하다: “전북도민, 야구 즐길 권리”>를 시작으로 프로야구단 창단을 의제화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된 전북일보의 기사를 일별(一瞥)하면 다음과 같다. <전북 연고 프로야구 제10구단 관심 뜨겁다>(3월 21일 1면), <전북 연고 프로야구 10구단 창단하자>(3월 22일 19면), <“10구단 창단, 야구 명가 부활을”>(3월 28일 1면),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잰걸음>(3월 30일 1면), <10구단 창단 가속화…지역 배려 고민>(4월 4일 7면) <도민에게 활력…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4월 11일 7면) 등.

전북일보의 전북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단 창단의 당위성 강조는 곧 송하진 전주시장의 프로야구단 창단 발언의 밑거름이 됐다. 송하진 전주시장이 4월 11일 뜬금없이 프로야구단 창단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하고 나선 데 이어 4월 13일엔 TF팀 구성 등을 내용으로 한 이른바 ‘전주 연고 프로야구 구단 유치방안’을 내놓았다. 그러자 전북일보는 곧바로 이를 받아 프로야구단 창단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확대재생산하기 시작했다. 4월 14일자 1면 <전주 연고 프로야구단 창단 추진: KBO·시야구협·네티즌 “대환영”>에서 전주시가 4월 13일 TF팀 구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주연고 프로야구 구단 유치방안’을 내 놓으면서 창단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며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 전주KBS가 4월 27일 ‘전북 프로야구 부활을 꿈꾸다’를 주제로 방영한 토론프로그램 <포커스전북 21> 화면 캡쳐  
 
압권은 4월 27일 ‘전북 프로야구 부활을 꿈꾸다’는 주제로 방영된 전주KBS의 시사토론프로그램 <포커스전북 21>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로야구단 창단을 주제로 한 이 토론프로그램은 토론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패널로 참여한 인물들의 면면부터 지극히 편향적이었다. 이 날 토론엔 송하진 전주시장을 비롯해 김봉연 극동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김성한 스포츠 해설가, 이진형 KBO 홍보팀장, 박노준 우석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등 5명이 참석했는데, 한 눈에 보더라도 패널 가운데 4명은 프로야구와 직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 날 참석한 패널들이 야구 전문가라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패널 선정은 실패작이었다.

패널 선정이 시사하듯이 이 날 토론회에선 시종일관 프로야구단 창단의 당위성과 필요성만 강조됐다. 토론이란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의견의 정당함을 주장하며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이 날 토론프로그램에 참석한 4명의 패널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전주시의 프로야구단 창단 검토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전주시가 하루라도 빨리 프로야구단 창단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만 강조했다. 프로야구단 창단을 두고 토론이 아닌 사실상 ‘토의’를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패널들의 오버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예컨대 김봉연 교수는 객관적 환경을 봤을 때 전북지역이 재정적으로 낙후된 것은 사실이지만 군산상고 시절 쌀이 없어 국수 먹고 우승도 했다면서 그런 정신으로 전주시민과 전북 도민들이 힘을 합친다면 어떠한 형태든지 프로야구단 태동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들의 격려에 자극을 받았던 것일까? 송하진 전주시장은 마지막 발언을 통해 10구단을 목표로 하되 경우데 11구단이나 12구단이라도 유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전북지역을 연고로 한 쌍방울 레이더스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는 전북도민에게 프로야구단 창단 검토 발언은 적잖은 환영을 받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프로야구단 창단의 현실 가능성이다. 전주시의 프로야구단 창단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새전북신문은 4월 12일자 7면 <프로야구 창단?…“시기상조”>에서 전주시의 프로야구단 창단 움직임과 관련해 도내 체육계에선 시기상조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적·물적 인프라 부족과 관련 기업체나 예산 부족 등 프로야구단 창단을 위해 필요한 이른바 ‘삼박자’가 모두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새전북신문 윤승갑 기자는 4월 14일자 11면 <기자의 눈: 전북 프로야구단 창단 진정성 그리고 득과 실>에서 “프로야구단 창단에 대해 체육계는 물론 야구계마저 반신반의하고 있다”면서 “ 한켠에선 가능과 불가능으로 시각이 극명하게 나뉜다. '창단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지 않겠냐.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프로야구가 인기고, 언론에서 여론이 형성되니 이것저것 생각도 없이 검토의사를 밝힌 게 아니냐’는 말이 비등하다”고 했다.

이어 창단기준이나 인구 및 시설 인프라 환경, 야구단 창단에 따른 전북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보지도 않은 채 튀어나온 프로야구 창단 말들의 무성함에 어이없을 뿐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론형성 과정부터 전주시의 검토 의사까지 진정성이 담긴 말들인지부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득과 실을 내다본 여론형성인지, 이를 토대로 실현가능성을 타진한 창단 검토의사를 밝힌 것인지 짐작할 수도 없다. 밑과 끝이 있는 말인지 되짚어 볼 일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전북일보와 전주KBS는 전주시의 프로야구단 창단의 현실가능성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여론몰이를 통해 전주시의 프로야구단 창단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전북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단 창단을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구하라 그러면 구할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는 자세와 의지만으론 프로야구단을 창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북일보와 전주KBS가 면밀한 검토와 분석 없이 프로야구단 창단의 당위성만 강조하며 세몰이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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