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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보고서/지역 방송 평가단

[미디어스기고-김환표] 삼성 찬양에 푹 빠진 전북지역 언론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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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찬양에 푹 빠진 전북지역 언론
[지역언론 바로 틀기]삼성의 새만금 투자 계획, 새전북신문만 허점 지적해
newsdaybox_top.gif 2011 년 05 월 03 일 화13:52:45 김환표 / 전북민언련 사무국장

삼성그룹이 4월 27일 2021~204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약 20조원을 투자해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예정 부지에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 에너지 생산시설과 연구기관 정주환경을 갖춘 이른바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전북도와 이런 내용을 담은 MOU(투자협력양해각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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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라북도 도청 홈페이지  
삼성의 새만금 투자 MOU 체결은 전북지역의 최대 이슈였다. 전주시내 곳곳엔 <드디어 삼성이 전북에 옵니다> <삼성이 달려옵니다 세계가 달려올 것입니다> 등 삼성의 투자 계획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적잖게 나붙었다. 하지만 삼성의 투자계획은 ‘계획’일 뿐 투자가 100%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삼성이 투자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MOU는 서로에게 일정기간동안 우선협상권을 부여해 배타적인 협상을 한다는 약속일 뿐 사실상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북지역 언론은 삼성예찬에 푹 빠졌다. 전북일보는 4월 29일자 1면 <새만금 ‘삼성투자’ 앞당겨질 듯: 대기업 연쇄입주 ‘기폭제>를 통해 삼성의 새만금 투자가 다소 앞당겨지고 보다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어 사설 <삼성의 통 큰 결단 전북발전 기대된다>를 통해선 “지금 이 시점에서는 도민들이 삼성 투자에 대해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해서 계획대로 차질없이 투자가 계속 이어지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삼성 유치를 계기로 도민들의 의식도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측면으로 바꿔져야 한다. 왜 지금까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1등을 고수하고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며 삼성을 예찬했다.

지역방송사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MOU의 허점을 따지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특히 지상파 3사는 삼성의 투자가 당겨질 수 있다는, 새만금 투자 계획을 이끌어낸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재명 전 정무부지사의 말에 근거해 장밋빛 전망만 내놓기에 바빴다.

전주MBC는 4월 28일자 저녁뉴스 <전략적 요충지 선점>에서 “향후 삼성의 투자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다른 대기업의 투자도 발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면서 “초일류기업 삼성의 투자 결정은 다른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해 보다 많은 기업이 새만금에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전주KBS는 28일자 저녁뉴스 <“삼성 투자 앞 당긴다”>에서 시장 여건, 새만금 개발 속도에 따라 투자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협약 내용에 의해 “삼성 투자를 앞당기는 방안이 본격 추진된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이어 <새만금 ‘선점’ 전략>에서는 삼성그룹이 새만금에 대형 투자를 결정하기까지는 일류기업의 절박함과 전라북도의 유치 노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JTV전주방송은 역시 28일자 저녁뉴스 <“투자 빨라질 수 있다”>에서 “삼성 임원 출신인 김 전 부지사는 새만금이 중국을 겨냥한 요충지가 될 거라며 삼성의 투자시기가 예정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이와 함께 삼성이 1년 반 이상 새만금의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마친 만큼, 다른 기업들의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MOU의 허점을 지적한 언론은 새전북신문이 유일했다. 새전북신문 4월 28일자 사설 <삼성 새만금 투자 차질 없어야>에서 “투자시점이 앞으로 10년이나 남아 있어 실제로 투자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면서 “지금이야 투자의지가 있고 국무총리실에서 정부와 전북도가 함께 맺은 협약이지만 그 동안의 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협약과정에서 최근 극심한 논란을 겪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배정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이뤄졌다면 더욱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런 우려가 불식되도록 삼성의 투자 계획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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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전북신문 4월 29일자 사설  
새전북신문은 4월 29일자 사설 <삼성의 10년 뒤 새만금 투자 실현될까>에선 삼성의 새만금 투자는 반가운 일이지만 투자 시점이 2021년부터로 10년 뒤여서 과연 실현성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고 했다. 이 사설은 “10년 뒤에 하는 투자협약(MOU)은 너무 이례적이다”면서 “이번 협약이 글로벌 기업인 삼성과 정부는 물론 전북도가 맺어 나름대로 공신력을 갖추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협약 내용 가운데는 상황 변화에 따라 투자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조항까지 포함돼 있어 삼성이 언제든 발을 빼도 항변할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사 본사 배정과 관련해 삼성 투자를 입막음용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11면 <기자의 눈: 삼성 새만금 MOU 불신 걷어내야>에선 최근 1년간 전북도가 맺은 주요전략산업 투자협약 총 26건 가운데 협약대로 이행중인 기업은 12건(46%)에 그쳤다면서 “삼성그룹이 10년 후부터 투자하겠다는 MOU에 대해 도민 불안과 우려는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내용을 두고 상이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새전북신문은 MOU 내용 가운데 상황변화에 따라 투자변화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성의 투자가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 들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전북도민일보는 같은 내용을 두고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전북도민일보는 4월 29일자 1면 <“삼성 투자 5년 앞당기자”: 새만금 1단계 내부개발 2016년 완료땐 가능>에서 이번에 체결한 MOU 내용엔 “투자시기 조정 등은 별도로 협의한 후에 확정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정부와 삼성이 마음만 먹으면 새만금 조기개발과 삼성 조기투자의 1석2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석은 상이하지만 새전북신문과 전북도민일보의 사설과 기사가 시사하듯, MOU가 체결됐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전북은 정부와 삼성의 입만 바라보아야만 하는 신세다. 삼성과 정부의 의지에 따라 투자가 앞당겨질 수도 있고 아니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OU의 허점엔 눈을 감은 채 삼성에 대한 예찬과 상찬만 늘어놓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 삼성의 새만금 투자 계획에 대한 냉정하고 차분한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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