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브리핑 |
1) 김호서 후보의 전북일보에 대한 법적대응, 어떻게 보아야 하나?
2월 6일 김호서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여행사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일보의 악의적 보도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피해는 물론이고 명예에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며 전북일보 관계자 5명을 대상으로 명예훼손과 선거방해,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호서 후보는 “전북일보는 경찰의 조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건을 아전인수격으로 재해석하고 ‘침소봉대’하며 악의적 내용을 기정사실화했다”며 “선거중인 상황에서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이전에 본인의 이름을 실명으로 게재하며 본인에게는 악영향을, 경쟁 후보에게는 반사이익을 가져다주며 ‘공정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선거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방해의 책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북일보는 2월 7일자 1면 <김호서 예비후보 “여행사 로비 언론보도 법적대응”: “실명 게재로 선거 악영향…전북일보 곧 고발” ‘현금 관련 내용’ 등 경찰 조사와 다른 발언도>를 통해 김호서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하게 전달했다. 이어 3면 <김호서 ‘언론인 소송’ 회견, 당 안팎 회의적 시각: 민주통합당 “언론, 공직후보 의혹 검증 당연” 민언련 “누군지 밝혀져 실명보도 문제 안돼”>를 통해 김호서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한 전북일보의 입장을 기사화했으며, 6면 <경찰 ‘여행사 로비’ 추가 조사…이달 중순께 윤곽 연루자 10여명 사법처리>에선 경찰이 여행업체 로비와 관련한 연루자 가운데 10여명에 대해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전북일보 2월 7일자 3면 사진기사>
새전북신문은 2월 7일자 1면 <김호서 후보 “전북일보 상대 법적 대응”: 여행사 선물로비 관련 “편파보도로 선거 방해” 대표-기자 등 5명 고발>, 3면 <“‘김호서 죽이기’ 언론 횡포 책임 묻겠다”: 김호서 “선물 명단 400여명 달하지만 유독 나에 대한 보도만 주력”>을 통해 김호서 후보의 기자회견을 내용을 전하며 “총선 예비후보가 선거기간 중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고발 등 민형사상 대응 방침을 피력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고 썼다.
전북도민일보는 3면 <“부끄럼 없어…편파보도 법적대응” 김호서 예비후보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소식을 다루었다. 전라일보는 김호서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 3사 역시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전북일보의 보도와 이에 대한 김호서 후보의 법적대응 논란에서 핵심은 ‘국민의 알 권리’와 ‘유죄확정 판결이 내려지기 전의 피의 사실 공표’라는 가치의 대립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거해 사법부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인권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하게 따져보아야 할 게 ‘피의사실공표죄’와 취재를 통한 언론의 의혹보도의 차이다.
형법은 피의사실공표죄를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피의사실공표죄는 범죄수사를 하는 기관에 해당되는 것이지 언론에 적용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해 언론보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범죄수사 단계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앵무새처럼 그대로 반복하는 데 있다. 언론보도가 경찰이나 검찰의 여론몰이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며, 범죄수사기관의 무책임한 피의사실공표는 마땅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을 감안해 정리하자면 이번 사안에 대한 핵심 쟁점은 크게 보아 다음의 4가지가 될 것이다.
첫째, 공익사안에 대한 언론의 보도다.
범죄수사기관의 발표에 전적으로 의지한 기사는 마땅히 지양해야 할 일이지만 언론이 공익사안에 대해 자체적인 취재를 통해 기사화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언론이 앞장 서 의혹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의혹을 제기하는 게 타당하다. 다만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충분한 취재와 사실 확인으로 이는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언론윤리다. 물론 단정적 표현도 사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전북일보의 의혹 제기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전북일보가 의혹을 제기하는 방법과 과정이 타당한지에 대해서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전북일보가 지나치게 경찰발표에 의존하며 받아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게 맞지, 도의회 의장을 지내고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른바 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둘째, 전북일보의 김호서 후보측에 대한 방어권과 반론권 보장 여부다.
앞서 말했듯, 의혹 단계에 있는 사안에 대해선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의 방어권은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언론은 사실 확인 과정에서 의혹 제기와 동시에 의혹 대상자의 주장과 내용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지면에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언론윤리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여론몰이로 회복되기 어려운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북일보는 관광업계의 비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김호서 후보의 주장과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자기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 동안의 과정에서 김호서 후보측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다면 이는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
셋째, 지역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이른바 전북일보의 ‘정치적 음모론’이다.
김호서 후보는 전북일보가 총선을 앞두고 악의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보도를 했다면서 전북일보의 보도는 ‘김호서 죽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역 사회 일각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만약 전북일보가 그런 ‘정치적 음모론’에 입각해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김호서 후보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전북일보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언론자유를 빙자해 언론윤리를 저버린 ‘언론횡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전북일보가 ‘정치적 음모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혹여 이와 유사한 사례가 지역사회에서 발생할 경우에 이번 경우처럼 끈질긴 집중취재와 후속보도를 위한 노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사안에 전북일보의 ‘정치적 음모론’이 개입되었다는 일각의 시선이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정치적 음모론’만 불 지필 게 아니라 ‘정치적 음모론’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근거와 자료없이 ‘정치적 음모론’을 부각시키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릴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각종 ‘카더라 통신’이 횡행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설혹 ‘정치적 음모론’이 작용했다 하더라도 ‘정치적 음모론’에 따른 의혹 기사가 가져올 영향과 파급효과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 음모론’을 배경으로 한 의혹기사가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와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를 어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치적 음모론’이 의혹 제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 보도 내용이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이 역시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안에 대한 판단 기준은 전북일보의 보도 기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한 관광업체 대표가 로비를 통해 각종 선물과 현금 등을 제공하며 전북도와 전북도의회, 전북교육청의 해외여행을 독식해 왔다는 데 있다. 관광업체와 지자체 사이의 부정부패 관행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그간 브리핑을 통해 말해왔든, 관광업체의 로비 사건과 관련해 전북일보는 사안이 터졌을 때부터 지역언론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해왔다. 전북일보는 후속보도와 집중보도를 통해 전북도, 전북도의회, 전북교육청과 관광업계 사이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비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는 한편 대안을 제시했다. 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함에도 늑장수사와 지지부진한 수사로 일관하고 있던 경찰의 수사 태도를 비판해 왔다. 그런 차원에서 말하자면 관광업체의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전북일보의 보도가 가져온 긍정적인 결과는 적지 않다 할 것이다.
넷째, 관광업체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지역언론의 축소보도 문제다.
그간 일일브리핑을 통해 지적해 왔듯, 전북일보를 제외한 지역언론은 여행업계의 로비 의혹에 대해서 처음부터 지나치게 소극적인 보도 경향을 보여 왔다. 거칠게 말하자면 여행업계 로비의혹과 관련해 사실상 축소보도로 일관해 왔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의혹 대상자의 인권을 소중한 가치로 여겨 보도를 미루어 왔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이번 사안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신중함과 보신주의는 다르다. 신중함은 사실 확인과정에서 취해야 하는 것이지 축소보도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보신주의에 가깝다. 이번 사안은 ‘공익적 사안’의 성격을 명백하게 담고 있음에도 축소보도로 인해 지역주민의 알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볼 점은 또 있다. 공인을 검증하는 것은 언론에 부여된 본연의 임무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공인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축소 보도로 일관하는 것은 또 다른 ‘정치적 역편향’의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의혹 사건이 사실로 판명이 날 경우 축소보도로 일관해 온 지역언론은 그때 가선 무어라고 할 것인가.
관광업체 로비 사건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뿌리를 내린 이른바 ‘부정부패’의 생생한 현장이다. 그래서 다시 지역언론에게 부탁드린다. 지역언론은 제발 이번 관광업체의 로비의혹 사건에 대해 그 동안의 축소보도에서 벗어나 자체 사실 확인을 통해 여행업계와 전북도, 전북교육청, 전북도의회 등에 뿌리박힌 비리관행을 지역 주민들에게 소상하게 전달해 주기 바란다.
앞서 말했듯,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각종 유비통신과 카더라통신이 횡행하고 있다. 경찰의 늑장수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역언론의 책임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주장들이 넘쳐날 때, 지역언론은 취재와 사실확인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역언론은 마땅히 수행해야 할 그런 역할을 방기한 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으로 일관한 것은 아닌지 자기성찰과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더한다. 갈수록 어려운 지역신문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곳곳에서 가칭 ‘지역신문지원조례’를 비롯해 지역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고 있다. 지역신문지원조례 제정의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지역신문지원제도에 대한 지역주민의 싸늘한 시선이다. 지역신문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신문에 대해 주민의 혈세를 지원한다는 것에 지역주민들은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신문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2012년 2월 9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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