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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날’ 주간 지역방송 보도특집에 대한 지역민언련 연합논평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지역언론의 위기는 지역 풀뿌리민주주의의 위기

  민영화, 신문-방송 겸영, 소유규제 완화, 방송광고판매제도 개편 등 이명박정부의 언론정책은 지역언론을 비롯한 취약매체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매체다양성 실현은 여론다양성 실현을 위한 중요한 토대다. 하지만 경쟁과 효율의 미명아래 추진되는 이명박정부의 시장주의 언론정책은 매체경쟁력이 취약한 군소매체의 존립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소수 매체에 의해 시장독점과 여론독점을 가속화할 것이다. 특히 지난 9월 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2009년 12월까지 민영미디어랩을 도입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을 밝힘으로써 지역방송의 생존기반을 뿌리째 흔들어놓았고, 9월 5일 언론학회 토론회에 참석했던 문광부 정책담당관은 오는 10월 의원입법을 통한 신문지원기관 통폐합과 신문방송 겸영허용을 입법화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지역신문의 고사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문고시 폐지를 공언하는 등 지역언론의 생존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정책들이 폐지되거나 축소될 위기에 처해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지역언론에게는 안팎으로 중대한 위기의 국면에 놓이게 된 셈이다.
  지역언론의 고사는 곧바로 지역 풀뿌리민주주의의 위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지역내 정보의 공유와 여론의 수렴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의 문제다.
  
  지역방송 공동취재단은 지역언론의 활로를 제시하는 유의미한 시도다.

  제45회 방송의 날 주간을 맞아 지역MBC와 민방으로 구성된 한국지역방송협회는 지역방송의 정체성과 지역민의 시청주권을 고민하는 기획뉴스를 모두 5회에 걸쳐 공동 편성했다. 디지털전환, IPTV, 뉴미디어와 지역방송, 콘텐츠, 국가균형발전 등 5개 주제로 구성된 공동취재단의 기획보도는 방송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이명박정부의 시장주의 언론정책 속에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지역방송의 현실과 미래를 진단하는 의미있는 작업이다.
   무엇보다 이번 시도가 지역방송사간 연대 활동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작금의 지역의 위기가 수도권 중심의 일극성장 정책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에 대해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역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그 본질적 요인에 집중하기 보다는 개별 지역의 소소한 이익에 매몰된 채, 지역이기주의의 전형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지역 전체의 파이를 늘리기보다는 타 지역과의 차이에 집착했던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는 사이 국가의 지역차별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애꿎은 지역갈등만이 만연해왔다. 이러한 지역갈등에 편승한 지역정당구도는 선거과정에서 지역민심을 왜곡하고, 그 결과로 구성된 정부는 국가전체의 이익이 아닌 특정집단의 이익에 국부를 집중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되어왔다.
  지역언론을 둘러싼 언론환경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지역간 분산 및 대립구도의 재현은 필연적으로 실패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지역방송 공동취재단의 활동은 이런 점에서 지역 살리기 운동의 바람직한 투쟁방식이다.

  다음으로 이번 공동취재단 시도는 지역언론 스스로 외면해왔던 의제화작업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의 의미다.
  이명박정부의 방송장악 및 언론구조개편 시도는 취약매체에 대한 고사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론독점과 매체다양성 훼손을 우려하는 학계 및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왔다. 전국언론노조 등 현업단체도 이런 우려 속에 이명박정부의 언론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치열한 투쟁을 벌여왔으며, 일부 공영방송과 신문들은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를 적극 의제화했다. 이는 결국 촛불시민들을 YTN과 KBS, 그리고 MBC 앞으로 모아내는 위력을 발휘했다. ‘촛불이 지킨다’는 국민의 목소리는 미디어공공성을 수호하기 위한 지난한 싸움에서 결국 ‘우리가 이긴다’는 믿음과 신뢰를 갖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현실은 어떤가. 이명박정부의 미디어정책으로 인해 가장 먼저 시장에서 퇴출될 대상은 서울에 소재한 신문, 방송사가 아니다. 바로 지역언론이다. 그러나 과연 지역의 ‘촛불’들이 지역언론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 것인지는 의문이다. 지역민 스스로 지역과 지역언론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울공화국의 이등국민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묵묵히 인정하려 든다. 이는 지역언론 스스로 자신이 처한 위기의 실체와 그로인해 발생할 지역의 위기를 의제화하지 못한 탓이다. 지역방송 공동취재단의 이번 시도는 그래서 유의미하다.

  마지막으로 공동취재단은 지역방송의 활로에 대한 유의미한 방향제시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열악한 제작환경 하에서 지역방송의 경쟁력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만들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악순환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 가운데 하나가 공동제작기반의 활성화다. 특히 지역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의 의제를 다룰 때 이는 위력을 발휘한다. 우리가 지역방송에게서 기대한 지역성의 가치는 비단 해당 방송권역에 국한된 특수한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국적 이슈에 대한 지역적 시각을 반영하는 의제설정의 과정은 지역성 구현과 직결된다. 이번 시도가 국가균형발전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방송 공동취재단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방송 공동취재단의 이번 시도는 여러 가지 과제를 남기고 있다.

  우선, 이번 기획보도가 한주간의 특집편성으로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디지털전환, IPTV, 뉴미디어와 지역방송, 콘텐츠, 국가균형발전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진행된 이번 기획보도는 지역언론이 처한 현실과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주제의 전개방식도 추상적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장기적인 기획과 충분한 인력배치, 지역방송사의 적극적인 편성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두 번째로 영역의 확장문제다.
  지역의 위기는 비단 지역방송의 위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비롯한 이명박정부의 지역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와 발전적 대안제시가 필요하다. 언론영역과 관련해서도 지역신문과 공동체미디어 등 타 영역에 대한 관심과 의제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영어사랑이 낳은 영어FM의 추진과정과 그 희생양으로 전락한 공동체라디오의 문제를 비롯하여, 신문지원기관 통폐합정책에 내포된 지역신문, 더 나아가 지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문제가 점검되어야 마땅하다.

  세 번째로 지역과 지역언론의 문제가 의제화되기 위해서는 비단 지역방송공간에서만이 아니라 수도권지상파 방송사들에 의해 적극 편성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키스테이션과 지역국 사이의 불평등한 네트워크 체제의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 지역을 단순히 전국방송 실현의 중계기지 정도의 역할로 제한하려는 수도권 방송사들의 태도는 극복되어야 마땅하다. 오히려 지역의 의제가 전국 방송화되는 공간으로 수도권 방송사들의 지위와 역할이 재규정될 필요가 있다. 지역방송 공동취재단의 구성은 역설적으로 키스테이션의 잘못된 지역인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지역방송 공동취재단의 시도는 지역사회와의 관계형성에 보다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지역성의 구현은 그것이 지역방송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지역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사회와의 관계설정이 어떻게 이뤄졌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지역과 지역언론이 처한 현실에 대해 그리고 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에 지역사회의 참여를 적극 독려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과정은 궁극적으로 지역방송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지역민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럴 때야 말로 지역방송사들의 이번 시도가 그 의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9월 10일

강원민주언론시민연합/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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