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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계 투쟁 관련 보도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 노동계 투쟁 관련 보도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 등에 항의하며 투쟁에 나서고 있는 민주노
총의 노동자대회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지극히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노동계 투쟁과 관련한 언론보도의 문제를 살펴본다.

  - 11·9 노동자대회 관련 조·중·동 보도

  지난 11월 9일,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 등에 항의하는 노동자대회
가 열리면서, 언론매체의 관심이 집중된바 있다. 하지만 정작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
되는 것은 민주노총이 주장하고 있는 '손배·가압류'나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아니
었다. 이들의 주된 관심은 '화염병'의 재등장이었다.
  또한 조선일보 등은 정부에 '강경대응'을 주문했으며,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의 원인이 노동계의 '강경투쟁'에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특히 조선일보는 노
동자 시위의 '의도'를 계속 주장하는 음모적 시각까지 선 보였다.

  조선일보는 11일 사설 <민노총은 이 나라를 거덜낼 셈인가>에서 "일요일 저녁 서
울 도심에서 벌어진 화염병 시위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 분명했다"며 화염병 사용과
관련해 경찰과 민주노총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음에도 민주노총이 '사전 계획' 했다
고 단정하는가 하면,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해 "공장이 문 닫을 지경이어도 해고는 안 된다고 노조
가 눈에 불을 켜고 나서니 기업은 임시직이나 일용직을 채용하는 쪽으로 기우는 것
"이라며 그 책임을 오히려 노조에 돌리기도 한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시위에 등장한 '파병반대' 구호가 마치 우리나라 대외관계를 악
화시키는 것처럼 몰고 가며 "그걸 빤히 들여다보는 노조 지도부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멋을 내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노동자의 희생을 딛고서라도 얻어야 할 다른 목
표가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 주장했다. 조선은 '사전계획' '다
른 목표' '노동자들의 이익말고 다른 것' 등의 단어를 사용해 노동계 시위에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음모론'을 주장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두 차례 사설을 실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모두 민주
노총 시위의 불법성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정부의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노동계의 파병반대 구호를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
는데, 가령 "총파업 이유에 '이라크 파병 반대'는 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노동운
동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노동자의 복지와 근로조건의 개선…민감한 외교안보 문제
에 민주노총이 섣부르게 끼어들 일이 아니다"라며 뜬금없는 훈수까지 하고 나선다.

  노동자대회의 폭력성을 가장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정부의 강경대응을 부추기고
나선 것은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11일 <폭력 시위, 민노총 지휘부 엄단하라>에서 "1997년 5월 한총련
시위 이후 6년여 만에 대규모 화염병이 등장해 시가전을 방불케 했다"며 "도시 게
릴라처럼 얼굴에 복면을 하고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대의 폭력성은 어
떤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중앙은 "평화적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이 과잉진압을 해 무력 충돌 사태가 빚어졌다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라며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해 놓고도 눈감아 달라니 너무나 뻔뻔
스럽다"고 했다.

  이어 12일 사설 <최루탄·물대포 필요하면 사용해야>에서 중앙은 "화염병이 난무
하고 볼트·너트를 발사한 새총까지 등장한 지난 9일의 살벌했던 1차 시위가 이번
에는 결코 재연돼선 안된다"며 "폭력시위 저지를 위해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경찰청장의 언급은 무책임하다. 전경들만 화염병과 볼트·너트 공격에 부상해야 한
다는 말인가. 최루탄과 물대포는 필요하면 사용해야 한다"며 정부의 강경대응을 부
추겼다.

  - 사태해결쪽에 초점 맞추는 한겨레, 경향신문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사태의 해결' 쪽에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신문은 11일 사설 <강경대응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에서 "문제는 유혈
사태까지 빚었는데도 정부의 강경자세에 전혀 변함이 없다는데 있다"며 "더구나 대
다수 언론마저 과잉진압은 외면한 채 화염병만 집중 부각하고 있다"고 다른 신문들
과 달리 정부와 타 언론의 문제를 부각했다.

  한겨레신문은 "언론의 여론몰이에 힘입어 정부가 강경대응과 엄정 사법처리만 강
조한다면 사태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대해 성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11일 <서울 도심서 도진 화염병시위>에서 "동료들이 연달아 자살·분
신하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손배소·가압류 및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대한 뾰
족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 불만이 없겠는가"며 "하지만 폭력적인
수단으로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사태가 손배
소·기압류에 대한 미온적인 해결방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정부와 재계도 노동
계가 처한 문제점을 풀어가려는 전향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노·사·정 모두
마음을 활짝 열고 솔직하고도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충고했다.

  그동안 평화적으로 치러져왔던 '전국노동자대회'가 경찰의 폭력적 진압과 노동계
의 화염병 투척으로 폭력양상을 보이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분신자살
로 항거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위의 폭력성만 부
각해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태도가 우리를 더 절망하게 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노동자 시위를 야기시킨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
화염병'과 '새총' 등 시위 용품의 문제를 부각하며 '과격 폭력시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지난 2001년 공공노조 파업 당시 '가뭄에 웬 파업' 운운했던 본질 흐리
기식 보도의 '재판'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누차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잇따른 분신과 자살을 막기 위해서
는 언론의 진지한 접근과 공정한 보도가 필수적이라고 충고해왔다. 조선일보를 비
롯한 일부 언론에게는 손배·가압류 및 비정규직 차별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목소
리가 들리지 않는가. 최소한의 공정한 시각조차 담아내지 못하는 우리 언론의 반
노동자적 보도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하나도 다르지 않은 지역언론; 노동자들 폭력성만 부각시키는 전북일보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집회가 열렸던 11월 6일, 노동사무소앞에서 발생한 경찰과
시위대간의 충돌과 관련, 전북일보는 11월 8일자 15면 머리 <너트 쇠뭉치탄> 격렬
시위 위험수위 <유리병 파편탄>-화염병대신 신종 '투척용 탄' 등장, 극단적 대립속
경찰 부상자 속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최근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경찰과 충돌을 빚는 등 극단적인 시위양상
을 보이며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고 시작되는 이 기사는 우선 편집이 대단히 선
정적이다. '너트 쇠뭉치탄'과 '유리병 파편탄'을 강조하기 위해 폭탄모양의 디자인편
집을 했는가 하면, '화염병 대신 신종 '투척용 탄' 등장'과 '극단적 대립속 경찰 부상
자 속출' 등 노동계의 과격, 폭력시위 양상을 한껏 강조하는 편집태도를 보이고 있
다.
  또한 기사 하단에는 <폭력시위 주동혐의 "민노총 3명 영장">이라는 제하의 기사
를 배치해, 노동계의 불법성을 한껏 강조한다.

  기사내용에 있어서도 소위 신종 '투척용 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 위험성을 2
단에 걸쳐 소개한다.
"특히 시위대가 경찰을 향햐 던진 '너트 쇠뭉치탄'과 '유리병 파편탄'은 많은 부상자
를 초래했다. 직경 6cm길이의 너트탄은 너트를 줄로 엮은 것이며, 유리병 파편단은
병 안에 철조각을 담은 것이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가 사용한 너트탄은 40개 정도,
유리병 파편탄은 50개 정도로 추산했다.
  노동부 청사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전주 중부경찰서 이모 경감이 너트탄에 왼
쪽 눈 주변을 맞아 크게 다치는 등 이날 시위로 경찰과 시위대 등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들 신종 투척용 탄으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청사 안에 주차된 차량들이
유리창이 깨지는 등 수난을 겪었다"

  타 매체들이 경찰과 시위대 쌍방이 30여명 가량 부상을 입었다거나, 경찰의 과잉
대응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반해, 일방적으로 쓰여진 기사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편향된 입장을 토대로 오히려 경찰의 강경대응을 주장하고 나
섰다는 점이다.
  사회면 머리에 5단에 걸쳐 실린 이날 기사에서 전북일보는 두가지 문제를 지적하
고 있다. 하나는 앞서 밝힌 소위 신종 '투척용 탄'에 대한 설명과 그 위험성에 대한
지적을, 다른 하나는 잇단 폭력시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미온적 대처로 사실성 폭
력시위를 방관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 전북일보는 경찰의 무원칙(?) 대응, 다시말해 미온적대처에 대해 이렇게
질타한다.
  "노동자 분신으로 노동계가 격앙돼 이날 시위가 격렬해질 것으로 충분히 예견됐
지만 경찰은 사전에 시위 분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채 뒤늦게 상황 파악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부상자들이 속출했으나 경찰은 '무대응'으로 일관, 사태해결
의 노력없이 폭력시위를 사실상 방관했다"

  그런데 전북일보의 이날 사회면 보도는 관련 사안이 6일 발생했고, 이미 7일자
기사에서 3단에 걸쳐 보도했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하루 전인 7일자 사회면에서 전북일보는 <자살·분신여파 노동계 '들썩'>
이라는 제목으로 3단에 걸쳐 관련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또한 시위대가 쇠파이프
를 휘두르며 경찰과 대치하는 사진을 역시 3단에 걸쳐 게재하고 있다.
  또한 며칠 뒤인 지난 12일 집회가 시위대와 경찰간의 평화시위 협의를 통해 평화
적으로 진행됐던 사실에 비추어보면, 전북일보의 이런 진단은 지나치게 편향적이라
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사실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해가는데 경찰의 강경진압을 배제하고 이야기 할 수
는 없다)

  결국 이날의 기사는 노동계의 불법, 폭력시위를 더욱 강조 또는 비난하기 위한
의도성 있는 편집이라는 평가가 가능하고, 이는 전북일보의 당일 사설에서도 나타
나고 있다.

  사설 <총파업 과격시위 자제해야>는 6일 노동계집회의 과격성을 강조한 뒤, 예의
'어디까지나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과 '폭력시위는 국민으로부터 공감
을 얻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따라붙는 것은 경기에 대한 악영향과 치
안수요의 급증으로 민생치안이 허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입장은 전라일보에서도 매한가지로 나타난다.
  11월 10일자 사설 <폭력화로 치닫는 집회시위>에서 전라일보는
"여러가지 사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공권력 무력화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한
다. 집회시위에 대한 정부의 분별없는 관용주의, 온정주의가 일선 경찰의 총체적 무
기력, 무력화를 불러 집단행동이면 법치를 뛰어넘고 폭력까지도 용인될 수 있다는
그릇된 풍조가 만연한데 따른 게 아닌가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언론의 균형감각과 의제설정의 편향성이다.

  먼저, 이번 노동계총파업을 불러오게 되었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과연 한번
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보도한 적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이번 노동계 총파업은 주5일근무제를 빌미로 한 비정규직의 확산과 차별 증
대, 노동탄압,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인한 자본의 자유로운 권리와 상대적으로 노
동자의 노동권 완전 박탈, 그리고 노동자를 옭아매는 손해배상과 가압류 등으로 현
실화되고 있는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최근 두명의 노
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노동자에 대한 손배소송과 가압류문제가 현안으로 부각
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언론으로서의 기본적인 사명은 최소한 이들 원인에 대한 분석이 전제되
는 것이 당연할 터이다. 하지만 이런 보도를 지역언론에서 찾아보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와 같다. 최근 군산에서 펼쳐지고 있는 기아특수강 해고노동자들의 고공시위와
관련해서도 주의깊게 살피려는 언론사는 하나도 없다. 사진 한장이 전부다. 이 경우
고공시위 사진은 이들의 투쟁이유와 요구를 밝히려는 의도보다는 면피와 독자의 시
선유지라는 선정성의 요구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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