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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마을공동체미디어

[전북마을미디어 인터뷰01] 김수돈 평화동마을신문 편집인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5. 6. 29.

[전북마을미디어 인터뷰01] 김수돈 평화동마을신문 편집인

 

“혼자 만드는 것은 의미 없어요”

 

 

평화동마을신문 편집인을 만나기 위해 평화동으로 갔다. 그가 일하고 있는 학산종합사회복지관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 조금은 삭막해 보인다. 복지관에 들어서자 1층에는 어린이집이 있었고, 이제 막 퇴근하는 직원들이 하나같이 모두 밝게 웃으면서 맞아준다.

검정색 점퍼와 모자를 푹 눌러쓴 그는 영락없는 글쟁이 차림이다. 마을미디어 교육 때 강의했던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쳐보이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다. 조금은 긴장한 모습도 눈에 띈다.



 

평화동 마을신문은 어떤 취지로 발행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평화동 마을신문의 출발점을 평화동학산종합사회복지관의 지역사회사업에서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복지관 개념은 복지 정책에서 전달 체계상의 심부름, 말단 현장역할이었죠. 학산종합사회복지관은 2008년에 한기장복지법인으로 바뀌면서 지역사회에 주민조직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추진하자는 차원에서 처음 이루어진 ‘주민기자단 조직사업’이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자금 지원 요청을 해서 3년 동안 지원받았어요. 2009년부터 2011년까지요.

 

구독률은 어느 정도 되나요?

3,000부 중에 500명 정도의 정기 구독자가 있습니다. 나머지는 가판대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로당에 배포하고 있어요. 작년 여름에 마을신문 실태조사를 했더니 50% 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웬만한 지역 영세 신문보다는 낫네요!

아직까지도 신문을 만들고 나면 어떻게 주민들에게 전달할지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2,500부 정도가 가판대를 통해서 뿌려지는데 배포하고 나서 한 시간 뒤에 가면 신문이 한 장도 없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는 굉장히 위험해요. 누가 집어간 거예요. 파지 주워가시는 분들. 지금은 길거리에 놓지 않고, 약국이나 가게에 맡기고 있어요. 가게 주인들은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으신데 주인 행세만 해달라고 하고 있어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에요. 가게 배포도 하고 있지만 직접 보는 분들을 늘려야 해요.

 

배포는 어떻게 하나요? 기자단이 움직이나요?

기자단이 배포하는 것은 10% 정도예요. 나머지는 제가 합니다. 편집인이자 배달부에요. 한 달에 한 번 하고 있어요.

 

마을이라는 공동체가 작기 때문에 활성화되기 위해서 돈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돈 문제보다도, 주민 기자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아이템을 짜내고, 다음번에 다시 아이템을 짜내고 취재하는 기간이 4주는 걸려요.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하고. 활동 자체에 의의가 있어요. 예를 들어 8면짜리 신문을 만든다고 하면 저 혼자 하면 이틀이면 만들어요. 그런데 그건 아무 의미가 없죠. 김민지 간호사든 현병만 목욕탕 사장님이 와서 하나씩 알아봐가며, 전화하면서 취재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신문사들을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데 평화동마을신문은 어떤가요?

주변 분들이 이런 일이 있더라는 이야기는 해주시지만 대부분 취재로 이루어집니다.

 

그럼 혹시 보도가 되고 나서 지역사회에 변화된 모습이 있을까요?

대체로 시청이나 구청에서 관리하는 것들의 변화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지시제에 물이 안 들어왔었는데 이번에 6천만 원을 들여서 수로공사를 했어요. 이런 경우 마을신문이 6개월 동안 보도를 했었어요. 마을신문이 역점사업으로 잡아서 토론회도 마련하고, 현장답사도 하고, 시청 직원들과 현장답사도 나갔어요. 평화로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있었어요. 가로등이 어둡고, 그런 부분도 기사를 낸 후 가로등이 다시 설치됐어요.

 

전주시에서만 해도 네 군데에서 마을신문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마을신문끼리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나요?

마을신문끼리 네트워크를 구성한 게 불과 작년 10월이에요. 다른 신문들은 더 초기 상황이구요.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전주시장 공동 인터뷰를 했어요. 각 신문마다 미리 준비한 질문을 하기로 했는데 차이가 많이 있어요. 설 앞두고는 나눔푸드라는 사회적기업에 광고를 공동으로 냈어요. 다른 신문을 도와주는 차원에서요.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면 지역언론이 놓치고,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사안까지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을신문이 그렇게 시민들 곁으로 갈 수 있다고 보여요

네, 그렇다고 봐야죠. 지역신문들과의 차이점은, 그 신문들은 몇몇 분이 돈을 모아서 시작한 것이에요. 그런데 마을신문은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취재하는 방법, 인터뷰, 준비하는 방법까지 참여하면서 만들어요. 발행위원은 있지만 이사회는 없죠.

 

마을 공동체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나 다름없네

그렇죠! 이것이 쌓여 갔을 때, 그런 역량이 됐을 때 비판적인 기능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지적할 부분이 생겼다면 지역신문이 훨씬 더 강하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평화동마을신문이 그렇게 되길 바라요. 그럼 평화동마을신문 기자가 되고 싶으면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자격 요건은 평화동 주민이면 됩니다. 지금은 주민이 아닌데도 활동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허용하고 있어요. 오청균 기자님은 효자동에 살고 계셔요.

 

김수돈 편집인님은 CBS 기자 출신에 평화동마을신문 편집인까지…… 언론에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

기자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2년 동안 문화운동을 했어요. 그 기간에는 마음 있는 친구들이 후원을 해줬어요. 그렇게 지냈는데, 몇 년 지나니까 끊기더라고요. 힘들어서 취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CBS였어요. 참 신기한데 한동안 아파서 누워 있다가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구인광고를 들었어요. CBS에서 기자를 모집한다는 광고였어요. 원서를 내고 시험을 봤어요. 방송국 시험


을 보는데 그 시험장 앞에서 담배를 딱 피웠어요. 나중에 면접관이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수험생 중에 담배 피우는 놈 처음 봤다고요. 기독교 방송국 앞에서 제가 과감했죠. 그래도 제가 1등으로 합격했습니다.(웃음)

CBS를 나온 이후로 언론 활동을 더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4년차 때 노조 지부장을 맡았었고, 11년 뒤에는 그만두면서 개인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게 잘 안돼서 다시 내려와 학원 강사도 했어요. 평화동마을신문은 지인의 추천으로 오게 됐어요. 가치 있는 일에 동의하고 시작했습니다.

 

민언련 회원도 같이 하고 계신데 마을신문 편집자로서 민언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마을미디어지원사업 별도의 사업이 있었으면 해요. 저는 기존의 언론인이잖아요. 비판 기능은 전통적이라고 생각해요. 시민들이 참여하는 일이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마을 미디어를 지지하고 도와줄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약하고 초보적인데 영시미에서 많이 지원받았어요. 그런 사업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현병만 편집위원, 김민지 간사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소식지 말하라 2015호 봄호 p.16



민언련-2015-봄호-16.pdf


민언련-2015-봄호-17.pdf


민언련-2015-봄호-1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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