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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회원_걸어다니는 우리말글 사전이 되고 싶어요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6. 2. 22.

걸어 다니는 우리말글 사전이 되고 싶은 정혜인 회원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위와 같이 엉뚱한 의미의 문장이 되어 버린다. 세상의 문자 중에 가장 과학적인 문자가 한글이지만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우리말글 전도사의 ‘공포의 빨간 펜’

교열자로 일하는 정혜인 회원을 만났다. 민언련 회원이 된 지 몇 달 되지 않았음에도 ‘회원과의 차 한 잔’의 초대 손님으로 하자는데 편집위원 모두가 의견을 같이했다. 정혜인 회원은 자원해서 「말하라」지난 여름호 원고부터 교정 교열을 맡고 있다.

교열자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사전을 보면 교정은 ‘틀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고침’으로, 교열은 ‘문서나 원고의 오자 등 잘못된 부분을 살펴 고침 또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살펴 고치다’로 설명하고 있다. 교정은 오자와 탈자를 바로 잡는 일이고 교열은 문장을 바로 잡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서울의 한 출판사와 주로 작업하고 있다. 교육관련 서적, 종교서적, 어르신 자서전 등 우리 글로 된 책이라면 분야나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전라북도에서 펴낸 「전북의 재발견」 5, 6권,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이 낸 책들도 정혜인 회원의 손길을 거쳤다. 가장 최근에는 정신과 의사가 상담사례를 모아 펴낸 책을 작업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살피고 비문이나 악문을 바로잡는 윤문 작업을 병행한다. 연도나 인용구 하나까지 수시로 이게 맞는 것인지 사전이나 자료를 찾아 가면서 작업한다고 한다.

정혜인 회원은 어려서부터 국어를 좋아하고 잘했다. 틈이 날 때마다 교정 교열 자원봉사를 하다 직업적인 교열자의 길로 들어선 것은 5년 남짓 된다. 서울에 사는 친구가 출판사 사장을 연결시켜 줬고 얼마 뒤 첫 교정 원고를 받았다. 알고 있는 내용도 일일이 확인해가며 작업했다. 교정지를 받아본 출판사 사장은 이런 재능을 왜 썩히고 있느냐며 아예 서울로 와 출판사에 다니라고 권유했지만 서울 생활이 싫어 전주에 살면서 재택근무 형태로 일한다.

식당이나 막걸리집의 메뉴판, 공공장소의 안내문, 페이스북 글이나 인쇄물 등 눈에 보이는 글 중에 틀린 곳이 보이면 빨간 펜을 들고 교정하거나 댓글을 달거나 전화해서 수정을 요청한다. 가히 ‘공포의 빨간 펜’이 아닐 수 없다.

“틀린 글(자)이 눈에 들어오면 그냥 넘기지를 못해요. 몸이 먼저 반응하거든요. 영어 철자를 틀리면 부끄러워하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사용하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띄어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금 틀려도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은 해야죠.”


전주가 참 좋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정혜인 회원에게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다. 하는 일과 연관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독서의 힘을 믿는다. 손바느질을 좋아해서 인형이나 쿠션, 가방, 베개, 커튼 등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특히 인형을 잘 만든다.

정혜인 회원은 여러 단체와 모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이다. 전북민언련과 전북여성단체연합의 회원이면서 삼천동 마을신문 「삼천이야기」 편집인, 최명희문학관 전문위원, 삼천동의 새내축제 주민기획위원, 삼천도서관 사랑모임 회장으로 활동한다. 완주 장애여성 인형극 지도, 익산 장애여성 글쓰기 지도 등도 그의 몫이었다.

매주 토요일에는 삼천문화의집에서 진행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예술 텃밭 만들기’에도 강사로 참여한다. 참여하는 주민들이 각자 잘하는 것을 하나씩 가르쳐주는 ‘우리 동네 스타킹’에서는 ‘면생리대’ 만들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광주가 고향이지만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어 전주에 정착한지 7년 정도 되었다. 살아볼수록 전주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정혜인 회원에게 지금 하는 교열자 일이 만족스러운지 물었다.

“교정 교열 일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예요. 좋아서 하는 일이 돈도 되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요.”

사무국의 김민지 활동가처럼 “선생님 이 글 좀 봐주세요.” 하고 부탁하는 사람이 제일 예쁘단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자신 없는 회원은 언제라도 물어보시길. 정혜인 회원의 연락처는 김민지 활동가에게 연락하시면 되겠다. 



2015 소식지 말하라 가을호_회원과의 차 한잔 _작성자 김병직 / 말하라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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