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
  강지사 따라 춤추는 언론


  한마디로 하루도 강현욱지사 관련기사가 주요기사에서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강지사 움직임을 충실히 따라갔던 시기였다. 특히 지난 3월 중순 이후 강지사 경선참여문제가 불거진 뒤부터는 거의 매일 1면 머리기사 자리에 강지사가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정당의 후보자나 기초단체장, 기초의원들의 문제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한 움직임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외면당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1면과 3면 해설기사를 전세 내다시피 했던 강지사 관련보도가 각종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설에 근거해 이뤄지면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각종 오보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으며, 정작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선거의제들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가쉽성기사 또는 후보동정 기사가 차지했었다는 점이다.
  강지사의 행보와 그에 대한 예측을 중심으로 한 보도에 열중했던 지역신문들은 결과적으로 대형 오보를 터트린 셈인데, 그 정점을 이뤘던 것은 어제와 오늘자 보도였다. 거의 모든 신문들이 어제자 1면에 강지사 출마결정이라고 단정적 보도를 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자 기사들에서는 단순히 강현욱지사의 불출마선언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불출마 진위여부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전북중앙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강현욱지사 ‘행방불명’ 대혼란>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소제목으로는 <재출마 선언 회견 앞두고 돌연 사라져 당혹><우리당 당원들 ‘불출마’ 강권 등 의혹투성><불출마 회견문 배포불구 진위여부도 ‘논란’><“강지사 도민앞에 직접 입장 해명해야”여론> 등을 달아 불출마배경에 뭔가 음모가 있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

언론의 선거보도 관행에 문제?

최소한 불출마선언과 관련해서는 강지사의 입장이 수시로 바뀌었던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하지만 경선참여 여부 에서부터 불출마선언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보도태도는 비단 강지사의 말바꾸기에만 책임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이는 그동안 지역신문들의 보도가 분명한 팩트에 근거하기 보다는 선거캠프나 측근 등의 언론플레이성 발언을 기정사실화해 보도해오던 관행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이번 불출마선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경선불참여부를 놓고도 각종 추측과 설에 근거한 기사가 판을 쳤고, 하루사이에 정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는 선거의제 설정에서 후보자 중심의 의제설정이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후보자 동정, 일거수일투족에 온통 집중된 신경은 정작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선거의제들을 사장시킬 뿐만 아니라, 선거공간에서 치밀한 이해득실의 계산 하에 진행되는 캠프나 측근, 후보자들의 행보에 언론이 들러리서는 결과를 발생시키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이런 식의 보도문제는 일부 후보진영에서 제기하는 무분별한 정치공세나 공약 등에 대한 따라가기식 보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검증이나 비판이 없는 앵무새보도가 넘쳐난다. 때론 기사가치 자체를 의심할 만한 내용들이 버젓이 주요기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 일부 언론이 기사화에 나선 소위 ‘막말 진위공방’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흥미위주의 기사구성이라는 본질적 한계도 한 이유다.

  다른 한편에선 이번 사례와 관련하여 지역신문사 또는 개별기자들의 선거에 대한 개입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과연 어디까지 개입하고 보도할 것인가의 문제다.
  가령 전북중앙신문은 오늘자 1면 머리기사로 <강현욱지사 ‘행방불명’ 대혼란>은 해당기사를 쓴 기자의 혼란이거나 신문사의 혼란은 아닌지 궁금하다.

  사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기자도 사람인 이상, 특정인물 또는 정당에 호불호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해당 신문사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보도에서도 이런 가치판단이 개입되고 있는 현실이다.
  기사선택 자체가 가치판단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개인적인 호불호 또는 신문사 차원의 가치판단이 기사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최소한 사실에 근거한 차분한 보도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실보도와 의견기사를 명백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칼럼이나 사설 등이 의견기사의 유형에 해당한다.
  또한 해당기사의 소스에 대한 판단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술자리 이야기가 곧바로 판단의 근거가 되고, 그것이 다시 익명의 출처로 명명된 채 기사화되는 것이 일부언론에서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강지사의 출마여부를 둘러싼 혼란상의 이면에는 이런 신뢰할 수 없는 정보원에 근거한 보도태도가 한 원인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의도성을 배제한 경우에 해당한다. 만일 선거과정에서 자신의 호불호에 근거한 의도적인 기사가 나갔을 경우 그 후과는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