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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와 미디어시장 개방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 한미FTA와 미디어시장 개방


  한미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이 지난 15일 재개된 가운데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미디어시장 전반에 대한 개방을 주무부처에 종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늘은 한미FTA와 미디어시장 개방문제를 중심으로 현안들을 살펴보고, 아울러 한미FTA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를 살펴본다.


1. 최근 미디어오늘 등에는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미디어시장 전반에 대한 개방을 주무부처에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우선 관련내용에 대해 알아보자.

-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실이 지난 15일 ‘국민의 삶을 건 한미FTA 빅딜설 경계한다’는 제목의 정책성명을 통해 정부의 미디어시장 개방 움직임을 비판했다면서, 천 의원실은 성명에서 “외통부와 재경부가 지난 10일 6차 협상을 앞두고 김종훈 수석대표가 주재한 관계부처 실무회의에서 인터넷 VOD(주문형 비디오) 등 방송서비스의 개방을 주무부처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 역시 지난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10일 실무회의 내용을 폭로했다.


2. 구체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

▷방송·VOD 시장개방 종용= 그간 협상과정에서 미국은 방송에 관한 미래유보를 현행유보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면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 철폐 △영화·애니메이션 방송편성쿼터 완화 △외국방송 재송신 채널 더빙 허용 등 규제완화를 요구해왔다.
또 미국은 3차 협상 이후 온라인 VOD 시장 개방을 집중 요구해왔다. 양측에 따르면, 10일 회의에서 외교부와 재경부는 방송시장은 미래유보한다는 기존 방침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협상 최종안에서 현행유보로 적시할 것을 요청했다. 또 인터넷 VOD에 대해서도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디지털시네마 등을 현행유보할 것을 제안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문·뉴스통신도 개방 검토= 한편 문화부는 1차 협상 당시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외국인 지분참여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천 의원실과 언론노조가 입수한 문화부의 ‘한미FTA 회의 자료’ 문건에 따르면, 문화부는 언론시장 대응 전략을 검토하면서 △정기간행물의 발행인·편집인에 대한 외국인 제한 완화 △일간신문·뉴스통신의 외국인 지분참여비율을 현행 30%에서 50%까지 확대 △일간신문을 제외한 정기간행물에 대한 외국인 지분참여 허용 등의 개방안을 내놨다.
외국인 법인이나 단체의 정기간행물 직접 발행은 일간신문이 아니면 단계적으로 개방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3. 방송에 대한 미래유보를 현행유보로 전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 ‘미래유보’란 향후에도 정부가 추가적인 시장보호 규제정책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현행유보’의 경우 현재 이상의 규제를 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장개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4. 지분제한 폐지나 재송신규정 등의 문제보다는 광고시장개방 및 통신개방을 통한 우회적 방송개방의 문제를 더 큰 문제로 보는 등 그 동안 언론계에서는 미디어분야 직접개방보다는 간접개방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 방송의 직접개방보다는 간접개방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어왔던 게 사실이다. 이는 1차 협상 이후 직접개방문제가 협상의 주요의제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방송 및 무선통신 분야는 미국 역시 자국의 주권과 이익을 위해 엄격한 진입규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한 협상은 양국의 입장이 어느정도 일치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협상과정에서 미국측이 우회적인 형식뿐만아니라 직접개방요구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앞서 보았듯이 우리 정부가 다른 현안에 대한 해결을 위해 미디어분야에 대한 빅딜을 추진하려 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5. 직접적인 개방과 우회적 개방의 영역들은?

- 직접적인 개방이란 그동안 우리나라나 미국의 관련업계가 관심을 표명해온 방송사 소유규제 완화, 방송쿼터 해소, 외국방송 재송신시의 더빙 허용 등을 말한다.
하지만 이들 문제는 미국의 경우도 매우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오히려 방송광고시장이나 통신개방을 통해 우회적 개방을 시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3차협상 이후 미국의 직접개방 요구가 강화되고 있고, 정부도 개방문제에 대해 정략적 접근가능성까지 내보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6. 방송시장의 개방은 한나라의 문화주권과 관련된 문제인 동시에 언론의 특성상 그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은 주권적 문제인데,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특히 일부 수구언론들의 한미FTA와 관련 보도태도는 문제가 많다.

- 조중동 등 수구언론을 중심으로 정부의 소위 ‘묻지마 타결’에 대해 비판은 커녕 오히려 적극 독려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선 조중동 등 수구언론은 기본 쟁점에 대한 보도를 아예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동아일보는 10면 <차-약은 힘 아끼고 쌀-섬유 힘 겨룰듯>에서 6차 협상이 시작된다는 것과 협상의 주요 의제를 단순 나열했다. 중앙일보도 <오늘부터 한·미 FTA 6차 본협상…미 대표단 입국>이라는 캡션으로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 입국 사진과 한미FTA에 반대하는 피켓시위 사진을 함께 싣고 협상 일정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는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8면 <민노당, 반FTA집회 또 ‘명의 대여’할듯>에서 6차 협상의 쟁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경찰이 ‘한미FTA저지 범국민대회’를 불허하자 민노당이 ‘명의 대여’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편법을 제공할 것이라며 ‘FTA반대시위’의 문제만 전했다.

  6차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도 이들 신문은 한미FTA의 쟁점과 현황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일부 신문들은 ‘개헌’과 관련한 정치기사에서 한미FTA를 언급했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개헌 주장으로 혼란 일으키지 말고 한미FTA 체결에 올인하라’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11일 사설에서 “국가경쟁력 향상에 꼭 필요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제때 타결돼도 그동안의 실정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13일 사설에서는 “불투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같은 먹구름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연초부터 경제 챙기기는 뒷전에 밀어놓은 채 개헌 카드로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면서 한미FTA 체결을 “경제 챙기기”로 규정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13일 사설 <대통령은 한·미 FTA 타결에 전념하라>를 통해 보다 노골적으로 한미FTA 타결을 요구했다.
  사설은 “우리가 살길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한·미FTA는 필수”, “남은 임기 동안 노 대통령이 마무리해야 하고, 업적으로 남길 수 있는 과제라면 바로 이 FTA와 연금 개혁 같은 실제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 협상대표단이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무역신속협상권한(TPA)이 만료되기 3개월 전인 3월 말이면 사실상 협상이 끝난다”, “일괄 타결시킬 수 있는 힘은 정치적 결단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얘기”라며 ‘묻지마 타결’을 조속히 이루려면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상의 득실과 관계없이 최고위층의 결단으로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FTA를 체결하라는 뜻이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새로운 쟁점들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신문은 11일 ‘투자자-국가 제소 제도’와 관련해 한국 협상단이 미국 쪽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한국에 진출한 미국 투자가가 한국 정부의 공공정책으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된 경우 바로 국제분쟁 중재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돼 한국은 공공정책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사법권도 제약을 받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사설 <한-미 FTA 어디까지 내줄 것인가>에서는 한국이 4대 선결조건을 비롯해 자동차, 의약품, 서비스 등 미국에 내줄 것은 많지만 정작 미국의 양보를 얻어야 할 섬유 분야의 원산지 기준, 무역구제 등은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여기에다 투자자 제소권 문제까지 미국 요구를 수용한다는 얘기가 나오니 자유무역협정 자체에 더욱 회의가 든다”며 “이렇게 하나하나 양보하려면 무엇하러 협상을 시작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협상 타결 자체가 지상 과제가 돼서는 안 된다”며 “다른 나라들이 하니까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는 그런 방식은 곤란하다. 마지막 고비가 될 6차 협상에서 흔들림 없이 우리 요구를 관철시켜 나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겨레신문은 15일 사설 <한-미 FTA를 다시 돌아보는 여유 가져야>에서도 한미FTA 주요 쟁점들의 협상 내용을 따지며 “협상 타결에 ‘올인’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협상 중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대책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5일 2면 에서 이번 6차 협상에서 주요 쟁점이 배제된 이유를 따졌다.
  기사는 “양국 의회와 여론은 FTA 협정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유독 양국 정부는 더욱 긴밀히 협조하는 모양새”라며 그 이유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첫 ‘거대 경제권’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과의 협상 결렬은 미국의 동아시아 시장 지배력을 현저히 약화시켜 한국보다 미국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민감한 핵심쟁점을 미룬 것이 “양국이 시간을 벌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기사는 “양국이 골치 아픈 문제들을 일단 7차 협상으로 돌려놓았지만 지금 현격한 입장차가 과연 양국 국민들을 다같이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다음 협상 때 해소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한미FTA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미국에 대한 ‘퍼주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부와 수구보수 신문들은 ‘한미FTA 체결’을 주장하면서도 도대체 한미FTA 체결이 한국에 어떤 이득을 주는지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수구보수신문들에게 참여정부에 맞서 ‘한미FTA 반대’를 외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보수신문’을 자처하려면 ‘보수의 가치’라 할 수 있는 ‘국익논리’를 제대로 추구해보라는 것이다. 얻을 것이 불분명한 협상을 무조건 체결하라는 요구는 ‘보수신문’의 주장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미국 앞에만 서면 이성적 판단이 마비되는 ‘사대·수구신문’의 주장이며 국익은커녕 나라를 망치는 선동일 뿐이다.
우리는 참여정부에도 거듭 촉구한다.
더 이상 ‘묻지마 협상’을 강행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뿐임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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