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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한미FTA에 ‘모로쇠’, 왜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 지상파, 한미FTA에 ‘모로쇠’, 왜?


  지난 26일부터 한미FTA 고위급 회담이 시작된 가운데 미국 쪽의 강력한 방송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의 대응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왜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 지 살펴본다.


1. 한미FTA협상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그동안 침묵하던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이슈화하고 나섰는가?
- 민노당 문성현대표가 3월초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김근태의원 등도 단식농성에 합류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찬성입장이던 한나라당의 분위기도 약간 달라지고 있는데, 대선주자들의 경우도 각론에 있어서는 그동안 찬성입장에 대해 발언 자체를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다.
  퍼주기협상에 대한 국민적 반발은 더욱 심하다. 각계각층 지도자 870명이 지난 8일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고 ‘한미FTA 즉각 중단’을 요구했는가하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도로 반대시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2. 언론계에서도 한미FTA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 최근 CNN의 한국어 더빙방송 문제나 해외프로그램 편성쿼터 등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방송계 내부에서는 지상파3사의 한미FTA 관련 보도가 대부분 협상 과정을 단순 중계하거나, 한미 양쪽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협상단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적극적인 역할, 협상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구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 FTA 8차 협상 관련 보도에서 CNN의 한국어 더빙방송 등 방송시장 개방의 문제점을 다룬 보도 역시 많지 않았다. KBS가 단신으로, SBS가 시위 보도에서 함께 처리한 수준이고 MBC는 아예 보도 자체를 하지 않았다.

▷‘모르쇠’ 시사교양=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MBC의 경우 최근 FTA 문제를 다룬 것은 지난 22일 이 유일하다. SBS도 지난 23일 토론프로그램인 <시시비비>에서 FTA를 다뤘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박성제 본부장) 보도민실위는 8차 협상 전후 기간 동안 자사 뉴스를 분석한 결과 보도의 양이나 깊이에 있어 많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미FTA를 둘러싸고 여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음에도 반대 여론은 전무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외국방송 재송신 한국어 더빙 허용’은 문화주권과 국내방송사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다. 특히 보도채널에 대해 더빙을 허용하는 것은 외국자본에게 보도전문채널을 하나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도전문채널은 그것이 미치는 사회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국내 자본들의 진출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하물며 외국자본에게 보도전문채널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반대로 가는 한국방송협회 --  해외프로그램 편성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구

- 오히려 지상파 방송사의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회장 최문순 MBC 사장)가 지난 13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산하 기구법제분과위원회에 해외프로그램 편성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방송협회는 FTA와 무관하게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거시적 제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상황에서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사항과 일치하는 내용을 정부에 건의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케이블TV 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송창의)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방송시장 개방 요구도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최상재 본부장) 한 관계자는 “FTA가 지상파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케이블과 달리 방송협회는 자체 연구와 분석, 대책이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협회 = 지방파방송사의 협의체

4. 지상파방송사들이 이런 의견을 제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 지상파 방송사의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회장 최문순 MBC 사장)는 지난 13일 국무총리 소속 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산하 기구법제분과위원회에 해외프로그램 편성 쿼터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융합추진위는 방송통신 기구개편 및 IPTV 도입방안에 이어 콘텐츠 산업정책을 논의키로 하고, 지난 13일 제20차 회의에서 한국방송협회·한국인터넷기업협회·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한국콘텐츠산업협회·한국PP협회·독립제작사협회·한국영화제작자협회 등 7개 사업자협회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방송협회는 ‘콘텐츠산업 진흥 정책에 관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지상파 방송에 대한 과도한 편성규제의 사례로 △외주 프로그램 의무편성 △주시청시간대 오락프로그램 제한 △국내 프로그램 의무편성 △국산 애니메이션·영화·대중음악 의무편성 △단일국가 제작의무편성 △단일 사업자 제작편성 제한 등을 거론하고 이에 대한 폐지 내지 완화를 요구했다.

문제는 이 중 국내 프로그램 의무편성, 국산 애니메이션·영화·대중음악 의무편성, 단일국가 제작의무편성 등에 대한 규제 완화는 미국의 방송시장 개방 요구와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법 시행령 57조는 국내 방송콘텐츠 육성을 위해 지상파에겐 전체 방송시간의 60% 이상을 국내 제작 프로그램으로 편성토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영화·대중음악 등의 장르의 경우 특정국가의 국내 대중문화 지배를 막기 위해 1개 해외국가의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국내 프로그램의 의무편성 비율도 강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차 FTA협상에서 바로 이러한 조항을 무력화시켜줄 것을 요구했으며, 방송협회는 이를 그대로 정책건의안으로 채택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공익성을 허울로 온갖 특혜를 누려온 지상파 방송이 방송시장 개방이라는 국가의 문화적 위기상황을 이용해 자기 배불리기에 나선 것”이라며 “특히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융합추진위에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인 해외 프로그램 편성 완화를 요구했다는 것은 정부와 야합을 통한 이권추구라는 점에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반면 방송협회 관계자는 “이번 건의는 국내 대표적 콘텐츠 사업자인 지상파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놓은 거시적인 제안”이라며 “한미FTA에서의 방송시장 개방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5.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번 사례는 김승수교수의 지적처럼  “공익성을 허울로 온갖 특혜를 누려온 지상파 방송이 방송시장 개방이라는 국가의 문화적 위기상황을 이용해 자기 배불리기에 나선 것”에 다름 아니다.
사실 이런 사례는 여러 경우에서 나타났는데, dmb 관련 움직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지사파들이 dmb 시장 진입은 시청자주권이나 방송의 공익성과는 별반 관계가 없어보인다. 왜냐면 실제 dmb가 추진되면서도 관련 프로그램은 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 하나 걸쳐놓자는 것이다. 혹시라도 dmb가 잘 될까봐 그때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는 식이다. 정말 지상파, 이제는 죽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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