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브리핑 2) ‘국회의원 물갈이’, 전북일보 ‘찬성’·전라일보 ‘반대’ |
2) ‘국회의원 물갈이’, 전북일보 ‘찬성’·전라일보 ‘반대’
4.11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물갈이’ ‘세대교체’ 논란이 한창이다. 특히 장세환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정세균, 정동영 의원이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 출마를 선언하면서 물갈이론과 세대교체론이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언론은 다소 상이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북일보와 전라일보의 논조가 크게 대비된다. 전북일보는 올 총선에서 물갈이와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전라일보는 이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전북일보는 1월 3일자 사설 <세대교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에서 총선을 앞두고 지역사회 내에서 물갈이 여론이 높다면서 “물갈이 여론이 고조돼 있는 이유는 기존 정치권이 워낙 불신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지역의 여론이 현역 의원들에 대해 지역발전을 이룬 것도 별로고 그렇다고 민생문제를 해결한 것도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일보는 사설을 통해 자주 물갈이와 세대교체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북일보는 1월 10일자 사설 <민주당, 물갈이 외면하면 큰 코 다친다>에서 “대다수 도민들은 현역의원들을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도민들의 여론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사람들 갖고서는 지역 발전을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뽑아줄 때와 지난 4년간 의정활동한 내용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것이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국정운영을 감시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기 위해선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교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연예인 같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입각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덕성을 갖추고 국민을 진정으로 맘속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준을 민주통합당이 공천 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일보는 1월 25일자 사설 <세대교체 통해 전북 정치 지형 바꾸자>에서 4.11 총선의 최대 관심은 세대교체로 3선 이상 다선 의원과 고령인 현역 의원,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별로 없는 의원 등이 그 대상이다고 했다. 지역민심의 70%가 세대교체를 강력하고 원하고 있으며, 선수(選數)가 많은 의원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큰 정치인으로 키우기 위해 경륜을 가진 정치인이 계속 해야 한다’는 논리에 동조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하다는 것을 논거로 제시했다.
<전북일보 1월 25일자 사설>
전라일보는 이른바 ‘물갈이’와 ‘세대교체’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물론 전라일보는 노골적으로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전라일보는 ‘인위적인’ 물갈이와 세대교체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갈이와 세대교체 반대의 논리적 근거로 제시하는 게 주로 현역의원들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현역 의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라일보는 1월 21일자 사설 <잘못 나가는 민주통합 ‘호남 물갈이’>에서 “전북 국회의원들 중 그간의 지역당 구조를 발판 삼아 공천 즉 당선으로 의정활동이나 지역구활동은 태만하면서도 선수만 늘려온 다선 의원이 없지 않은 게 현실이다. 유권자들도 이 같은 의원들의 인적 교체를 바라는 것도 사실이다.”면서도 “그러나 그렇다 해서 마치 호남에서는 다선 자체가 죄라도 되는 듯 다선 의원들을 물갈이 대상으로 무차별 불출마를 압박하는 듯한 행보는 매우 적절치 못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라일보는 1월 25일자 3면 <“인위적 현역 물갈이 안된다”>를 통해 현역 의원들의 입을 빌려 민주통합당내에서 무차별적 또는 인위적으로 현역을 교체하는 방식의 물갈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썼다. 같은 날 사설 <잘못 나가는 민주통합 ‘호남물갈이’>에선 유권자들이 의원들의 인적 교체를 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치 호남에서는 다선 자체가 죄라도 되는 듯 다선 의원들을 물갈이 대상으로 무차별 불출마를 압박하는 듯한 행보는 매우 적절치 못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전라일보는 물갈이와 세대교체 반대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른바 전북정치권의 위상추락도 부각시키고 있다. 1월 26일자 1면 <전북정치권 위상 약화 ‘변방’ 추락>은 “전북 정치권이 이번 총선을 통해 아예 씨가 말라 고사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다.”고 썼다. 정세균 정동영의원의 지역구 불출마 선언에 이어 1월 15일 실시된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전북출신이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하면서 전북정치권의 소외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민주통합당이 대놓고 호남물갈이론에 대해선 자제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살생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도 파다하다는 게 정설 아닌 정설이다.”고까지 자가발전하며 이른바 음모론까지 내놓았다. 전라일보는 이런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현역 의원들의 코멘트를 내보냈다.
<전라일보 1월 26일자 1면>
같은 날 사설 <민주통합당 전북민심 바로 읽어야>에선 “근본적인 정치판 갈아엎기를 요구하고 있는 게 총선 민심의 본질”이라며 이른바 ‘물갈이’와 ‘세대교체’에 의한 정치권의 혁신을 요구하는 민심을 전하면서도 “전북의 총선민심은 민주통합당의 극한 투쟁적 정쟁체질의 탈피와 정당정치 성숙을 위한 인적자원 업그레이드이지 호남 물갈이 미명 아래의 특정 정파간 인적 교체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상반된 시각을 선보였다.
우리 역시 인위적인 물갈이나 세대교체에 반대한다. 이를 위한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나 바람몰이 역시 경계한다. 물갈이와 세대교체가 선이자 정의이고, 이에 반대하면 악이자 불의라는 주장은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다선을 했다는 이유로 물갈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다선을 한 게 무슨 죄는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만이 도덕과 정의의 화신인 양 편가르기를 자행하며 물갈이와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반대한다. 그런 면에서 전라일보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문제는 물갈이와 세대교체를 반대하는 논리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유권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일신의 영달을 위해 자리 지키기에만 안주하고 나아가 지역구 활동과 의정활동을 소홀히 한 의원은 어찌 할 것인가? 전라일보가 지적했듯, 당연히 교체되어야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게 바로 언론의 역할이다. 유권자가 현역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검증하고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도우미 역할은 방기한 채 물갈이와 세대교체 프레임에만 갇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갈이와 세대교체론을 전북정치권의 위상하락과 연결시키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정부를 거치면서 전북정치권은 당정의 적잖은 요직을 차지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의 당대표도 냈고 최고위원도 여럿 나왔다. 그래서 도민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기여한 게 너무 낮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역 의원들이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만 바빴을 뿐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그간 지역신문 역시 그런 민심을 대변하면서 지역 정치인들에게 혹독한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비근한 예가 LH유치 본사 유치 실패다. 현역 의원들만의 책임이라고 할 순 없지만 LH유치과정에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과 책무에 소홀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역 의원들은 “다 바꾸면 전북 정치권은 누가 키우냐”고 항변하고 있다지만 지금까지 키워준 전북 정치권이 전북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지역정치권의 위상이 ‘연륜’과 ‘관록’에서 비롯된다는 이른바 신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연륜’과 ‘관록’에서 비롯되는 경쟁력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그런 연륜과 경륜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가?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에서도 드러나듯이 연륜과 관록이라는 게 서울에 형성된 광범위한 인맥을 자랑하고 줄서기에 탁월함을 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약 이런 논리대로라면 굳이 선거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인물을 볼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당내 입지나 연륜과 경력만 보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갈이와 세대교체에 반대한다면 이에 마땅한 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더욱 중요한 것은 물갈이와 세대교체에 사용될 잣대의 투명성과 공정함의 확보일 것이다. 물론 지역언론이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게임의 룰’을 정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전북지역은 민주통합당 ‘공천장’이 사실상 ‘당선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의 당내 경선은 물론이고 야권단일후보 과정의 경선 절차와 과정이 국민들의 신뢰와 동의를 구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는데 지역언론이 기여해보면 어떨까?
2012년 1월 26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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