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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보고서/지역 언론 모니터

5.31지방선거 관련보도 모니터(06.03.08)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 5․31지방선거 관련보도 모니터

  열린우리당 경선방식 및 경선일정이 가시화되면서 예비후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최대 관심사인 도지사 후보군의 본격적인 발걸음이 시작된 듯 하다. 언론의 관심도 이들 도지사 선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 월요일 경선방식 등에 대한 보도가 나온 뒤 화요일자부터 열린우리당 도지사후보군 간 설전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김완주 전주시장이다.
  6일 오전 기자회견을 가진 김완주후보는 지난 지방선거당시 발생했던 민주당 도지사경선비리와 관련해 강지사를 압박했고, 아울러 새만금 끝물막이 공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겠다는 전라북도의 계획에 대해 선거용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가진 강현욱지사가 경선비리에 대해 형사적 책임은 없고 도덕적 정치적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선거에 못나간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아울러 새만금은 개인위한 사업이 아니라면서 새만금홍보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날에는 이들 두 예비후보간의 설전에 유성엽 정읍시장이 가세하면서 언론들의 관심도 더욱 증폭됐다.
  유시장은 전주시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김완주시장을 압박한 뒤, 경선비리 문제와 새만금 홍보문제에 대해 강지사 입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이런 모습에 대해 정책대결보다는 이전투구식의 상호비방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언론의 보도태도라고 보여진다.

언론에 의한 갈등구조 확산․증폭

  - 우선, 이들의 공방 자체가 언론에 의해 흥밋거리로 확대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그 시작은 새전북신문이 맡았다.
  타 매체들의 경우 7일자 신문에서 김시장과 강지사의 발언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데 반해, 새전북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강-김 포문 열었다>라는 제목으로 대결구도를 강조한 편집태도를 보이고 나섰다.
  특히 4면 관련기사를 통해서는 이들의 발언내용을 지면의 반 이상을 할애 세세하게 보도했다.
  전북도민일보는 새만금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도지사경선 장외경쟁 ‘활활’>이라는 제목으로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에 보도에 영향을 받았는지, 아니면 유성엽 후보의 가세로 더욱 흥미로워졌는지 8일자에는 거의 모든 신문들이 이들사이의 갈등구도를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기사를 편집했다.
  전북일보의 경우 1면 머리기사로 <열린우리당 도지사 경선출마예정 ‘3인방’ 설전 “초반부터 비방선거되나”>라는 제목으로 이들의 갈등구도를 부각시켰다.
  특히 “지사 잘못뽑아 전북낙후됐다니” “경선 비리사건 심각성 모르나요” “완주 입주업체도 전주 유치기업? 치적 세우려나” 등의 말풍선을 달아 이들 세사람의 대결구도에 집중 조명했다.
  전북도민일보도 3면 머리기사에 <우리당 도지사 가시돋힌 설전>이라는 제목으로 세사람의 설전을 도표화하면서 “‘정책대결’ 실종 네거티브전 우려”라는 중간제목을 달았다.
  새전북신문은 전날에 이어 1면과 4면에 관련기사를 실었는데, 특히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유성엽후보의 발언 전문을 자세히 보도했다.
  ‘비방선거’, ‘네거티브 선거전’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오히려 신문들이 연 이틀동안 여러 지면을 동원하고, 도표와 사진, 심지어는 말풍선을 동원하여 이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해당 사인이 그만한 보도가치가 있는가

- 문제는 내용이다.
  이들의 공방 내용이 유권자의 판단과 선택에 유의미한 지점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빠진 상태에서 언론에 의해 흥밋거리 수준으로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방의 내용을 보면 크게 경선비리 문제와 새만금 홍보문제로 나뉠 수 있다. 여기에 유성엽시장의 전주시정 비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완주시장은 경선비리로 도덕적 타격을 입은 사람이 도정을 수행해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난과 함께, 최종 대법원 판결을 남겨놓고 있는 새만금사업과 관련하여 전라북도가 기획하고 있는 대대적인 홍보방침이 선거용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한 강지사의 반박은 경선비리에 대해 도덕적, 정치적 책임은 있으되, 그것이 선거출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경선비리는 어디까지나 실무선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새만금 홍보는 새만금 사업이 가지는 의미에 비추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음날 이들의 설전에 가세한 유성엽 시장은 전주시정에 대한 비판과 함께 새만금 홍보와 경선비리에 대한 강지사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섰는데,
  그렇다면 이들 문제가 과연 이번 열린우리당 도지사후보 경선과정에서 의미있는 의제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사람의 갈등구도에 가려 실제 제기된 이슈들의 의미나 진위, 타당성 등은 거의 평가되지 못했다.
  사실 이들 사이의 공방내용은 도지사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들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상호비방이요 갈등구조의 표출, 네거티브선거전이라는 딱지를 붙여 흘려보낼 사안은 아니다.
  그렇다면 경선비리가 문제가 되는지 안되는지, 새만금 홍보문제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이를 비난하는 김완주후보측의 언론플레이에 불과한 것인지, 전주시정에 대한 비판이 타당한지 여부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과대포장하거나 한다면 이에 대해 강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야 마땅하다. 또 정당한 지적이라면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할 것이고. 문제는 이런 평가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이들 발언을 소개하고, 갈등구도 확산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라 할 것이다.

한편으론 가뜩이나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방선거의 관심이 높아지는 측면도?

  - 현실적으로 선거시기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누가 당선될 것인가의 여부일 것이다. 그들이 제기하는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점검은 비록 원론적으로 필요성을 인정한다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지지율 추이와 가쉽성 기사일 것이다.
  당연히 신문과 방송이 선거시기 지지율 추이와 가쉽성 기사에 주목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책과 공약에 대한 평가나 인물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선거보도에 임해야 한다는 원칙이 버려져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의 문제이자, 내용의 문제이다.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비중이 정책에 대한 보도나 인물에 대한 보도에 비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입만 열면 정책선거를 해야 한다면서 스스로는 경마식 보도나 가십성 기사에 매몰된다면 말이 되겠는가?

바람직한 선거보도는?

- 우선 공정보도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양적균형과 질적 균형은 당연한 지적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번 보도에서도 드러나지만 지나치게 열린우리당 일변도의 보도태도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고 유권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민주당과 민노당 등 타 정당의 후보에 대해서는 거의 외면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공정보도와 거리가 멀다. 기초 단체나 의회선거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군소후보 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질적 균형이라는 것은 오히려 약자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배려되는 속에서 성취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정책보도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단할 수 있는 정보, 즉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실제 선거과정에서 언론보도를 보면 정책과 공약에 대해 언급하는 기사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보도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평가받지 못한다. 왜냐면 해당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단순나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유권자들로서는 각 후보의 정책과 공약이 실효성이 있는지, 타당한지에 대해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정책보도다.
또한 선거 자체가 정책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의제 발굴이 대단히 중요하다. 단순히 후보들이 제기한 의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먼저 지역사회의 주요 의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문가 집단과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의제를 만들어가고 선거국면에 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세번째는 불법타락상에 대한 보도의 문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대상을 특정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싸잡아 선거판 전체를 불신하게 만드는 태도다. 가뜩이나 관심이 떨어지는 지방선거에서 일부 불법 타락상을 전체의 것인양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한편으론 기득권 세력의 재진입을 보장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불법적이고 타락한 선거방식이 발생한다면 이를 야기한 대상을 구체화해서 유권자가 심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익명처리’라는 방패막에 안주한 채 관성적으로 선거판 자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기자들의 무사안일의 결과이기도 하다. 팩트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실명보도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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