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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보고서/전북주요뉴스 '피클'

마이클 잭슨이 왜 거기서 나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일부 언론들(뉴스 피클 2021.02.22)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21. 2. 22.

 

오늘의 전북민언련 뉴스 콕 !

20일 밤 11시 쯤 무주리조트에 있는 티롤호텔해서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화재도 외부로 번지지 않고 5시간 만에 진화됐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사건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과거 유명인의 호텔 투숙 사실을 부각시켜 재난 상황을 흥미성 이슈로 다루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인명피해 없었지만... 목재건물이어서 화재 취약해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화재는 지붕에서부터 시작됐는데요, 소방본부는 벽난로 열기나 불씨가 지붕으로 올라가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4년 된 오래된 목조 건물이어서 화재에 취약했고, 바람이 거세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재빠른 대처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다만 전주MBC는 화재 경보기 등이 울리지 않았다는 한 투숙객의 말을 전하며 화재 예방 조치가 미흡한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북도민일보] 무주 티롤호텔 대형화재 신속대처 인명피해 막아(1, 김국진)

[전라일보] 무주덕유산리조트 호텔 화재... 인명피해 없어(4, 김수현)

[KBS전주총국] 무주리조트 호텔에 불 "순식간에 번졌다"(2/21, 박웅)

[KBS전주총국] 5시간 만에 진화인명·산불 피해 왜 없었나(2/21, 이화연)

[전주MBC] 화마 할퀸 무주 티롤호텔.. 목조 지붕 '와르르'(2/21, 유룡)

[JTV] 무주 리조트 호텔 불89명 긴급 대피(2/21, 정원익)

[전북CBS] 무주 리조트서 불 100여 명 대피..."바람 거세 불길 잡기 어려워"(2/21, 송승민)

[전북CBS] 무주 덕유산 리조트 불 5시간 만에 진화..인명피해 없어(2/21, 송승민)

 

#마이클 잭슨이 왜 거기서 나와? 주객전도 일으킨 일부 언론들

그런데 언론들의 관련 보도를 살펴보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티롤호텔에 과거 마이클 잭슨과 박세리 등 유명 인사들이 묵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단순 언급에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주객전도를 하는 기사가 많습니다. 오늘 자 전북일보는 화재 발생 사실보다 유명인사가 묵었던 방에 더 주목한 기사를 쓰며 해당 호텔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무주 화재’로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화재로 인한 피해와 발생 원인, 재발 방지책보다 유명인사가 묵었던 방의 소실 여부에 주목한 기사가 여럿 나옵니다.

일부 언론들이 화재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은 재난 상황을 단순한 흥미성 이슈로 다루고 있는 건데요, 그 중 하나가 전북 지역 대표 일간지인 전북일보라는 게 안타깝습니다.

 

[전북일보] 마이클 잭슨·박세리 방 재조명’(4, 최정규)

 

#재난보도준칙, 본질에 집중하는 보도 필요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실천요강 보도준칙 6항, 재난보도준칙 제15조를 각각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 재난 상황과 상관없는 흥미위주의 보도를 지양하거나 하지 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보도준칙

⑥ (재난보도) 재난이나 대형사건 등을 보도할 때 상황과 상관없는 흥미위주의 보도를 지양하고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재난 및 사고의 피해자, 희생자 및 그 가족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재난보도준칙 제 15 조(선정적 보도 지양)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취재도 자제한다.

지난 2019년 강원도 대형 산불 발생 이후 현장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언론사에 쏟아지면서 당시 상황을 보도했던 KBS 박영민 기자는 “재난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재난방송의 목적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만큼 저 스스로 준비도 연습도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불길이 어디로 번지고 있다는 뻔한 소리만 하고 말았다.”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언론노조 KBS본부 노보에 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많은 보도들이 개선되었고 KBS의 경우 방송보도 가이드라인이 재정비되어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일부 언론사들은 흥미 위주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난 보도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2020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의 재난방송 항목에는 재난보도의 가장 큰 목적으로 피해 최소화, 사회적 혼란 방지, 복구 촉진 세 가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재난 상황에 대한 보도는 단순한 중계가 아니라  대피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향후 비슷한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관계 기관의 재난 예방과 대처는 적절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재난 방송의 본질인 셈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사라지지 않는 흥미성 위주 보도는 이러한 상황을 보도하고 난 후에 보도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KBS] 2020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CBS노컷뉴스] KBS기자 "산불 재난방송, 뻔한 소리만 해서 죄송합니다"(2019/4/18, 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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