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북민언련 뉴스 콕!
전북자치도가 내년부터 동학농민혁명 유족 약 915명을 대상으로 한 달에 10만 원씩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31년 전 일어난 일에 수당을 주는 것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어났는데요. 동학농민혁명의 위상과 참여자 독립유공자 인정 여부와도 연결된 문제여서 지역 사회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전북 지역 동학농민혁명 유족에게 월 10만 원씩 수당 추진, 광역자치단체 최초
1894년 농민들을 중심으로 봉건 체제와 외세 침탈에 맞서 발생한 동학농민혁명, 그 정신을 바탕으로 참여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2004년 3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2019년에 5월 11일 황토현 전투가 일어난 날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는 등 정부 차원의 기념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북은 고창, 김제, 남원, 정읍, 부안, 완주, 전주 등에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가 있고, 지난해 5월 전북자치도의회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기념사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9월 개정된 조례에는 ‘제5조(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유족 수당) 도지사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포함돼 유족들에게 수당을 지급할 수 있게 됐는데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염영선 전북자치도의원은 “앞으로 동학농민혁명의 가치와 의미가 제대로 계승‧발전되고 참여자와 유족이 제대로 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내년부터 수당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경우 매년 약 11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정읍시는 2019년 12월 ‘정읍시 동학농민혁명참여자 유족 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2020년부터 정읍시에 거주하는 동학농민혁명 유족들을 대상으로 매월 10만 원씩을 지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조례 개정 당시 전북자치도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몇 가지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9월 4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에서는 매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게 번거로울 것 같다는 점, 예산 부담에 대한 문제, 다른 역사적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 증손자녀까지 지급한다는 것에 대한 법적 검토 필요성이 나와 조례 개정안이 한 차례 보류됐는데요. 이후 9월 10일 오전 문화안전소방위원회에서는 별다른 질의 없이 수당 지급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한 내용을 빼고 조례안이 통과됐고, 이후 같은 날 오후에 열린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회의록에서 나온 논의 사항을 다룬 지역 언론들의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전북도민일보 인터넷] 염영선 도의원, “전북자치도,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유족에 수당 지급” 확정(2024/9/11, 김성아)
[전라일보 인터넷] 전북자치도 내년부터 동학농민혁명 참여 유족에 수당 지급한다(2024/9/11, 김용)
[전북도민일보] 전북자치도, ‘동학 유족 수당’ 전국 광역 첫발… 역사 정의·계승 불씨 지핀다(5/25, 장정훈)
[JTV전주방송] 내년부터 동학농민혁명 유족에 월 10만 원 수당(5/26)
[노컷뉴스 전북] 전북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 월 10만원 수당 지급(5/29, 송승민)
[경향신문] 전북도, ‘동학농민혁명 유족 수당’ 준다(6/25, 김창효)
[전북특별자치도의회 회의록] 제413회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1차 문화안전소방위원회(2024/9/4)
[전북특별자치도의회 회의록] 제413회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2차 문화안전소방위원회(2024/9/10)
[전북특별자치도의회 회의록] 제413회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2024/9/10)
#수당 지급 추진에 찬성과 반대 엇갈려
그런데 조례에 따라 전북자치도가 동학농민혁명 유족 수당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6월 26일 전북CBS 노컷뉴스는 “동학혁명이 독립운동이 모태가 된다며 유족 수당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그렇다면 임진왜란에 참여한 조상의 유족도 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라고 보도했는데요. 앞서 전북자치도의회에서 다른 역사적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왔는데 논란이 발생한 겁니다.
이후 일부 학자와 단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탄생에 기여한 분들과 그 후손에 대해 보답하는 건 맞지만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과도하다. 명예적 보상이 아닌 국민 세금으로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강규형 명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할아버지 박성빈 옹이 경북 성주 동학 접주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보상금을 받아야 한다. 동학농민군을 진압한 안중군 의사 가문은 역적이 되는 모순이 한꺼번에 발생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문병학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동학농민군은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독립유공자로 포함해 예우하는 게 맞지만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하고도 이를 외면해 전북도가 유족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를 공격하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6월 29일 한겨레 보도에서 이윤영 동학농민혁명기념관장은 “동학농민혁명은 좌절됐지만 이후 3.1운동,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등 민족민주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1년 후인 1895년 을미의병은 독립유공자 예우인 서훈 혜택을 주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지자체의 예산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6월 29일 중앙일보는 “전북도는 도와 각 시‧군이 3대7의 비율로 재원을 분담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도내 14개 시‧군 중 지급 대상이 많거나 동학농민혁명 관련성이 떨어지는 지자체들은 이에 부정적이다. 유족 전체에게 줄지, 유족 대표에게만 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전북자치도는 6월 30일 연합뉴스 보도에서 “예산 문제가 있어 금액과 지급 시기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노컷뉴스 전북] "임진왜란 유족도 주나요?"…SNS 달군 동학농민 유족 수당(6/26, 남승현)
[YTN] "세금 함부로 쓰냐"...동학농민혁명 유족 수당 지급에 '갑론을박'(6/27)
[뉴시스] 전북, '동학농민혁명' 유족 수당 검토…"강점기 의병은?" 형평성 논란(6/29, 이소원)
[중앙일보] "안중근 가문은 역적이냐"…동학농민혁명 유족 수당 논란(6/29, 김준희)
[한겨레] 동학농민혁명 유족 수당 찬반 논란…“민주주의 시원” “130년 전 일”(6/29, 천경석)
[연합뉴스] 전북도, 동학혁명 유족수당 지급…"명예회복" vs "논란 여지"(6/30, 임채두)
#동학농민혁명 위상과 독립유공자 여부 논란, 지역사회 논의 필요해
6월 30일 뉴스톱은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독립유공자 여부’가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현행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는 ‘일제 국권 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일제에 항거한 사람’을 독립유공자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국권 침탈 전후’ 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는데요.
보훈부는 국권 침탈 시기로 1895년 10월 을미사변을 기점으로 정해 1894년 발생한 동학농민혁명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는데, 동학농민혁명 관련 단체들은 참여자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이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해 오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회복과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3년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동학농민운동 참여자의 증‧고손자까지 독립유공자 가족으로 인정해 혜택을 주도록 한 법안 개정안을 발의해 다른 독립유공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요. 2023년 11월 28일 전북일보는 “사실상 동학농민혁명 서훈이 전북만이 공감하는 외딴 섬으로 전락한 셈”이라며, 법안에 앞서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역사적 정당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연구 활동이 필요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해당 법안은 결국 논란 끝에 결국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와 위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참여자들에 대한 명예회복도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나온 이번 수당 지급 논란.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의 위상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와 달리 이번 수당 지급 논란의 배경과 의견에 주목하는 지역 언론들의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요.
각 시‧군의 예산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부터 수당 지급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지역 사회의 충분한 고민과 의견을 나누는 지역 언론의 역할이 필요해 보입니다.
[전북일보 인터넷] 전북 홀로 기리는 동학농민혁명, 전국적 공감대 형성 우선돼야(2023/11/28, 이준서)
[전북일보 인터넷] "곧 130주년 기념일인데" 동학농민혁명 2차봉기 참여자 유공자 서훈 '터덕'(2024/4/28, 김영호)
[전북일보 인터넷] 동학 2차봉기 참여자 유공자 서훈... 21대 국회 문턱 못 넘어(2024/5/28, 김영호)
[KBS전주총국] [이슈K] 동학농민혁명 위상 논란 ‘그만’…나아갈 길은(5/13)
[전주MBC] “동학농민운동도 독립운동”.. 정부만 ‘다른 생각’?(2024/10/30, 조수영)
[전주MBC] 민중 항쟁 뿌리 동학농민혁명.. 위상 강화는 언제?(5/13, 강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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