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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프리랜서 방송사 PD에게 동종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같은 임금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소송 끝에 노동자성을 인정받더라도 기존 직군 체계에서 배제하려던 지역 방송사의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늬만 프리랜서 PD 11년, 법원이 바로잡은 노동자성
춘천MBC에서 2011년부터 약 11년간 프리랜서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조연출, 코너 연출, 촬영·편집 및 행정 업무를 수행해 온 김남헌 PD는 2022년 2월 사측으로부터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이에 김 PD는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으로 일한 근로자이자 2년 이상 근무해 기간제법상 이미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김 PD의 근로자성과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하며 무기계약직 전환 지위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2심 법원은 김 PD가 공식 공개채용 절차나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내 정규직(일반직·업무직)의 임금체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 기존 프리랜서 계약상의 주급 43만 원을 기준으로 임금을 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원심 판결 중 김 PD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 [한겨레] 대법 “11년 일한 춘천MBC 피디 해고 무효…정규직 기준 임금 줘야” (8/4, 김수연 기자)
- [미디어오늘] 13년 일한 춘천MBC ‘무늬만 프리랜서’ PD,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판결 (6/14, 김예리 기자)
"채용 절차 아닌 노동의 실질“
무기계약직 된 프리랜서 정직원과 같은 임금 적용해야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 쟁점은 프리랜서로 계약했더라도 실제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2년 넘게 일해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됐다면, 사내에서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직원의 임금체계를 적용해야 하는가에 있었다. 대법원은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된 경우,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별도의 정함이 없는 한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회사가 기간제법상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된 인원을 위한 별도의 취업규칙을 만들지 않은 상황에서, 채용 방식이나 절차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프리랜서 계약상의 보수만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대법원은 김 PD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일반직·업무직 직원들의 업무 내용에 큰 차이가 없었음을 지적하며, 원심이 유사 업무 수행 여부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채용 절차만을 이유로 임금체계 적용을 배척한 것은 법리오해이자 심리미진이라고 판단했다.
- [법률신문] “무기계약직 된 프리랜서 PD, 정직원과 같은 임금 줄 수 있다” (8/4, 안재명 기자)
- [매일노동뉴스] 대법원 “노동자성 인정 PD, 정규직 임금체계 적용해야” (8/5, 이수연 기자)
판결 우회하는 방송사, 승소 없는 소송전 지속해
춘천MBC는 사법부로부터 김 PD의 근로자성이 거듭 인정되었음에도 정규직 단체협약이나 임금체계를 적용하지 않고, 사내 직군 체계 외의 별도 신분으로 격리하거나 기존 프리랜서 수준의 처우를 고수해 왔다. 나아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나온 직후에도 노사 간 협상을 통한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및 처우 시정을 거부한 채, 파기환송심 법정 절차에 계속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KBS 청주총국은 2011년부터 13년간 근무해 온 작가를 2024년 11월 프로그램 폐지를 이유로 해고 통보를 했고 이후 충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거듭 노동자성 인정 및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 명령이 내려졌으나, KBS 사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지속해 지역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KBS는 노동위원회의 원직 복직 명령을 거부함에 따라 3,000만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게 되면서, 공적 재원과 수신료를 소송전에 오용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러한 사례들은 방송사가 법원의 판결 취지를 수용하기보다 소송전을 이어감으로써 사법적 판단의 현장 안착을 지연시키는 문제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 [미디어오늘] 언론노조, 대법 판결에 “김남헌 PD 정규직 인정해야”…춘천MBC는 “소송 계속” (6/15, 김예리 기자)
- [미디어오늘] 해고 작가 '복직명령 거부' KBS, 강제금 물며 '수신료 펑펑' (25/12/23, 김예리기자)
이번 대법원 판결과 노동위원회의 잇따른 판정은 PD, 작가 등 방송계에 만연했던 '위장 프리랜서' 고용 관행에 법적 단죄를 내린 것을 넘어, 구제 판정 이후에도 노동자를 사내 별도 직군으로 격리하거나 소송전으로 이행을 지연시키려던 방송사의 우회적 통제 전략을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법부와 행정기관이 채용 형식보다 업무의 실질적 종속성과 동질성을 우선하여 기존 정규직 근로자와의 동일 임금체계 적용 원칙을 확립함에 따라, 향후 방송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리 구제와 고용구조 개선 요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방송사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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