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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보고서/지역 방송 평가단

[새전북신문 기고 - 김환표]'깨진 유리창 이론'과 지역 신문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9.

[옴부즈만]'깨진 유리창 이론'과 지역 신문  

    
“전북이 세계 기네스 협회에 등재됐다. 바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종합일간지 수’ 때문이다. 지난 28일, 전북도는 세계기네스 협회를 방문해 정식으로 등록요청을 했다. 현재 전북지역 종합일간지는 13개다. 전북 인구가 183만인 것을 고려하면 약 14만 명 당 한 종 꼴이다. 이는 인구대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종합일간지 숫자다. 풀뿌리 저널리즘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세계 각국 언론들은 이번 소식을 대서특필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영국 BBK는 7시 메인 뉴스를 통해 ‘전북이야말로 저널리즘의 왕국이다’라며 극찬했고, 일본 MHK 긴급속보를 통해 ‘전북처럼 언론이 창궐한 곳에서는 함부로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의 ‘뻥샤인’ 코너에 실린, <전북, 종합 일간지로 세계 기네스 등재>라는 제하의 기사다. 물론 이 기사는 ‘뻥샤인’이라는 코너가 말해주듯, 사실이 아니고 ‘뻥’이다. 아니, 사실도 있다. 바로 전북지역 일간지 숫자와 인구 대비 발행 종수다. 모든 내용이 ‘뻥’이라면 가볍게 웃고 지나갈 내용이지만, 이 때문에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난감할 뿐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라는 게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유리창 파손 등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 심리학 이론이다. 지하철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는 것은 곧 법질서의 부재를 반증하고 잠재적 범법자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치안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유리를 깨는 경범죄부터 발본색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립하고 있는 전북 지역 일간지를 보고 있자면, ‘깨진 유리창 이론’이 떠오른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주목하는 게 전염효과인데, 지역 신문 난립 역시 전염 효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전북 지역 신문 시장은 ‘깨진 유리창’이다. 유리창을 깨는데 앞장 서 온 지역 신문은 물론이고 깨진 유리창을 보수하고 새 것으로 갈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지자체와 주민까지 깨진 유리창엔 관심이 없다. 심지어 유리창이 깨져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지역 신문이 전염병처럼 창궐하는 이유다.

유리창이야 깨져 있건 말건,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만 발생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곳에서 지역 신문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것은 말 그대로 요원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학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뜻있는 시민들이 나서서 난립 구조를 청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 보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해가 바뀔수록 신문만 늘어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깨진 유리창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돼 ‘뻥샤인뉴스’에 실린 내용처럼 전라북도가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종합일간지 수’로 세계 기네스북에 오르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불행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문사, 지자체, 주민 등 모두가 각자 자기 영역에서 깨진 유리창을 보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예컨대, 해마다 주재 기자 비리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역 신문은 자정 선언 차원에서 지면에 청렴 서약을 내보내고, 신문 시장 난립의 핵심 고리인 지자체는 여전히 기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촌지성 현금과 물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지역 신문을 외면해 온 지역 주민 역시 그 동안의 무관심과 냉소를 버리고 가정에서 지역 신문을 한 부씩 구독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깨진 유리창을 보수해야 하는 것은 다른 누가 아니라 전라북도에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이 곳에서 살아갈 우리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환표(전북민언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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