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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보고서/지역 방송 평가단

최을영의 만화비평 -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9.



‘부자’가 화두다. 몇 년 전 한 카드 회사 광고에서 송혜교는 이렇게 외치기도 했다. ‘여러분, 부자되세요!’라고. 참 좋은 덕담(?) 같지만, 그리고 실제로 이런 덕담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재테크다, 부동산 투기다 해서 사람들은 온통 돈벌기에 몰두해있다. 조금이라도 자산을 늘려보려고 하는 것은 서민이나 부자들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누굴 욕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세태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그 대열에 끼어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못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부자가 되는 것은 좋은데 ‘재테크’, ‘펀드’, ‘복권’이 유행이 되었을 만큼 ‘쏠림’ 현상이 심하기도 하고, 부자가 되고 싶은 행렬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극화란 말을 쉽게 듣고 있지만, 그 양극화란 말이 주는 날 서린 무서움은 여전히 낯설다. 낯선 만큼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부자’란 말을 떠올리면 나는 한 만화가 생각난다. 전혀 ‘부자’이지 못한 한 가족이 떠오른다. 리얼리즘 만화가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가 그것이다. 1996년 발행된 단편모음집 <부자의 그림일기>에 실려 있는 이 만화는 전혀 부자이지 못해 슬픈 ‘나부자’란 이름을 가진 아이의 눈을 통해 가난과 이 사회의 부조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만화는 아버지 없이 가난한 생활을 해야 하는 ‘부자’가 겪어야 하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그 현실에는 가난한 자가 받아야 하는 설움과 힘겨움, 그리고 이 사회의 온갖 부조리가 내재되어 있다. 그 그림일기를 한편만 펴들어보자.

                  

이 일화를 보고 있노라면, 가난한 ‘부자’ 가족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과 함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치솟는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난은 자식에게 짓는 죄가 되어버린다. 하얀 봉투도, 선생님께 대접할 음식도 가져오지 못한 엄마는 묵묵히 청소를 할뿐이고, 그것을 통해 죄 갚음을 하려 하지만, 부조리한 현실에서 그것은 너무나 미약한 죄 갚음이 될 뿐이다. 그 때문에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눈물을 흘린다.

오세영이  부자의 그림일기를 그리게 된 계기는, 딸아이 운동회 때 본 한 아이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운동회 체육복이 없어 선생님께 야단맞고 구석에서 울고 있었는데, 오세영은 이 아이를 통해 ‘나부자’란 캐릭터를 창조했고, 이 때의 일화는 <부자의 그림일기>에 고스란히 소개되어 있다.

<부자의 그림일기>는 1989년 작이다. 17년이나 지난 작품이어서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 같지만, 그다지 다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심해졌을 수도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게 있으니까.

‘부자’되라는 말은 덕담이다. 덕담 맞다. 하지만 그 말 속에 숨겨진 함의를 보고 있노라면 ‘여러분 부자되세요’란 말이, 신문지상에 꾸준히 등장하는 부동산 투기니, 재테크 정보 등이 여전히 조금은 씁쓸하다. 때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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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너무 멋지죠?^^

최을영 회원님은

전북민언련 후원회원으로 거의 창립 초기 부터 활동해 주신 고마운 회원님이십니다. ^^

현재 인물과 사상사에서 근무하고 계시고

제가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는 인물과 사상 월간호에 '시사인물 포커스' 를 쓰고 계신답니다 ㅎㅎ

앞으로도 좋은 만화비평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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