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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을영의 만화비평 <어른을 위한 만화-이빈의 안녕?! 자두야!!>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9.

안녕?! 자두야!

추억은 추억이라서 아름답다고 한다. 뭐 나쁜 추억이란 말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시간의 힘은 나쁜 기억까지도 추억으로 만든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들은, 어느새 추억이 되고, 추억은 어린 시절이 마냥 좋았던 것처럼 우리의 기억 체계를 잠시 혼동시킨다. 그것이 추억의 힘이리라.

1970년생인 순정만화가 이빈이 그린 <안녕?! 자두야!!>도 추억의 만화다.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린 이 만화를 보고 있노라면, 특히 이 만화에 등장하는 갖가지 소품과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와 비슷한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라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고무줄놀이부터, 달고나(띠기), 뽑기, 완행열차 안에서 먹던 삶은 계란, 기차가 잠시 정차할 때 먹던 가락국수, 세뱃돈을 뺏어가던 엄마(지금도 그러나?), 땅에 묻어두던 김장독, 마루치 아라치․ 황금날개․ 로봇킹․ 태권브이 같은 만화영화, 프로야구단 어린이 회원, 병우유, 거북선․ 한산도․ 새마을 같은 옛날 담배, 문이 달려있는 흑백 TV, 발판이 나무로 되어 있는 재래식 화장실, 500원짜리 지폐, 썰매, 연날리기, 연탄보일러, 채변봉투, 딱지치기 등.

여기에 외화 ‘600만불의 사나이’를 흉내 내며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다 다리가 부러진 이야기, 목에 천(우리는 책보라고 불렀지요?!)을 두르고 슈퍼맨 흉내 내던 이야기까지 갖가지 에피소드가 더해진다. 내게 이 만화가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은, 이 모든 것이 내가 경험했던 일이고, 실제로 해봤던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종일관 만화를 보면서 추억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을 것이다.

말괄량이 자두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우리네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다. 술 좋아하는 마음 푸근한 아버지, 짠돌이인 엄마, 말괄량이이자 골목대장인 자두, 종이 인형놀이를 즐겨하는 여동생 미미, 아직 어려서 ‘애기’라 불리는 막내 승기까지. 자두네 가족은 우리 가족이었고, 그네들이 겪었던 일상의 사소한 일들은 우리가 어린 시절 겪었던 일이었다. ‘깔깔’대며 웃다가도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때론 ‘한숨’을 짓고, 때론 잠시간의 ‘회한’에 젖는 것도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안녕?! 자두야!!>는 1997년부터 만화 잡지 <파티>에 장기 연재 중이다. 주로 초등학생들이 많이 보는 <파티>에 이 만화가 오랜 기간 동안 연재될 수 있었던 것은, 보편성 때문이다. 어른을 위한 만화지만, 어린이들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퇴근길에 만화대본소에 들러 <안녕?! 자두야!!>를 빌려 아이들과 함께 돌려보면 어떨까. 아이들이 재미있게 본다면, 한질 구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아이들과 추억을 공유하는 또 다른 추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깟 돈이 아까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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